AI 에이전트, ChatGPT 이후의 답

ChatGPT를 처음 써본 날을 기억하십니까.

by 성대리

ChatGPT를 처음 써본 날을 기억하십니까.


저도 기억합니다.

"이게 진짜 되네?"라는 감탄과 함께, 보고서 초안을 부탁하고, 영어 메일을 번역시키고, 회의 안건을 정리시켰습니다. 한동안은 만능 도구를 발견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피로감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브라우저를 열어야 하고, 같은 맥락을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고, 어제 나눈 대화는 이미 잊혀져 있었습니다.


"지난번에 정리해준 그 데이터 있잖아"라고 말하면,

AI는 멀뚱멀뚱 "어떤 데이터를 말씀하시는 건가요?"라고 되묻습니다.


반복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맥락을 입력하고, 같은 형식의 답을 받는 일.

분명 AI가 똑똑해졌는데, 정작 저의 업무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AI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직접 만들어 써본 뒤, 확실히 느꼈습니다. ChatGPT를 쓰는 것과 AI 에이전트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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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나 대신 일하는 AI 비서입니다.


ChatGPT나 Claude 같은 AI 챗봇은 제가 질문해야 대답합니다. 브라우저를 열고, 대화창에 입력하고, 답을 기다립니다. 창을 닫으면 끝입니다. 다음에 다시 열면, AI는 저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AI 에이전트는 다릅니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하고, 결과를 보고합니다. 어제 나눈 대화를 기억하고, 제가 자는 동안에도 정해진 일을 수행합니다. 매일 아침 8시에 오늘 날씨와 일정을 텔레그램으로 보내주는 식입니다.


삼성SDS가 정의한 바에 따르면,

AI 에이전트란 "사용자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하며, 환경을 인지하고 학습하여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지능형 소프트웨어 시스템"입니다.


거창하게 들리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내가 매번 지시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AI라는 뜻입니다.




ChatGPT와 AI 에이전트, 뭐가 다른가

구체적으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 대화 방식이 다릅니다.

ChatGPT는 브라우저를 열어야 합니다. 회사에서는 PC로, 퇴근길에는 앱으로 접속해야 합니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텔레그램이나 WhatsApp 같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합니다.

카카오톡에서 친구에게 메시지 보내듯, 자연스럽게 AI에게 말을 걸 수 있습니다.

별도의 앱을 깔 필요도 없습니다.


둘째, 기억력이 다릅니다.

ChatGPT는 대화창을 닫으면 대부분의 맥락을 잊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메모리 기능이 생겼지만, 여전히 제한적입니다. AI 에이전트는 어제 나눈 대화, 지난주에 부탁한 일, 제가 선호하는 뉴스 분야까지 기억합니다. "지난번에 말한 그 프로젝트"라고 하면 바로 알아듣습니다.


셋째, 자동화가 가능합니다.

이것이 가장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ChatGPT에게 "매일 아침 8시에 뉴스 요약해줘"라고 부탁하면, 내일 아침 8시에 직접 접속해서 다시 요청해야 합니다. AI 에이전트는 진짜로 매일 아침 8시에 뉴스를 수집하고, 요약해서, 텔레그램으로 보내줍니다. 제가 자고 있어도요.


이 차이를 처음 체감한 순간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첫 알람은 openclaw를 설치한 다음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텔레그램 알림이 울렸습니다.


"오늘 서울 맑음, 최고 12도. 오전 10시 팀 미팅,
오후 3시 고객사 통화 예정입니다. 관심 종목 현황: ..."

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AI가 먼저 준비해서 보내준 겁니다.

"아, 이거구나." 싶었습니다.

AI를 쓰는 것과 AI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것.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습니다.




왜 지금, AI 에이전트인가

ChatGPT가 세상에 나온 게 2022년 말입니다.

그로부터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AI를 "질문-답변" 도구로만 써왔습니다.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고, 답을 받고, 창을 닫는 방식.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용했습니다.


하지만 2025년을 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OpenAI도 "에이전트 모드"를 출시했고, Google은 Project Mariner를, Anthropic은 cowork를 발표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AI가 단순히 대답하는 것을 넘어, 직접 행동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일반 직장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빅테크 서비스가 완성되기를 기다려야 할까요?

저는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오픈소스 도구를 활용해서, 직접 나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달이 지난 지금, 저는 10개의 AI 에이전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투자 정보를 매일 아침 정리해주는 봇, 블로그 자료를 수집해주는 봇, 데이터 분석을 도와주는 봇. 각각이 전담 역할을 맡아 24시간 일하고 있습니다.


"10개의 봇이라니, 개발자 아니면 불가능한 거 아닌가요?" 라는 질문이 떠오르실 겁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프로그래밍 없이 가능한 이유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AutoGPT, CrewAI, LangChain 같은 프레임워크들이 있지만, 대부분 개발자를 위한 도구입니다.

Python 코드를 직접 작성해야 하고, API를 연결하고, 서버를 관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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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는 OpenClaw라는 오픈소스 도구를 사용합니다.


2026년 1월 공개 이후 빠르게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로, 위키피디아에 등재될 정도로 커뮤니티가 활발합니다. 제가 이 도구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코딩 없이 설정 파일만으로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 연결이 기본으로 지원됩니다.

매일 아침 브리핑 같은 예약 작업(크론)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여러 봇을 만들어 서로 협업시킬 수 있습니다. 대화를 기억하는 메모리 시스템이 기본 제공됩니다. 그리고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무료입니다.


물론 다른 선택지도 있습니다. n8n 같은 노코드 자동화 도구와 결합하는 방법도 있고, ChatGPT의 커스텀 GPT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하지만 "비개발자가 30분 만에 나만의 AI 비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면, 현재로서는 OpenClaw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에서 만들게 될 것들

앞으로 매주 화요일, 한 단계씩 따라하며 자신만의 AI 에이전트를 구축해나갈 예정입니다.

최종적으로 완성하게 될 모습은 이렇습니다.


텔레그램으로 언제 어디서든 AI와 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매일 아침, 오늘의 날씨와 일정과 관심 뉴스가 자동으로 도착합니다.

AI가 어제 대화를 기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더 잘 이해하게 됩니다.

투자 정보를 전담하는 봇, 일정을 관리하는 봇처럼 역할별로 AI 팀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본격적으로 환경을 구성합니다. Google Cloud Platform에 가입하고, 무료 크레딧을 활용해서, 30분 안에 첫 번째 AI 에이전트를 설치하는 과정을 다루겠습니다.

ChatGPT를 써보셨다면, 이미 준비가 된 겁니다.

AI를 "쓰는" 단계에서 AI를 "운영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여정,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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