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했는데 와 있었다.

알람은 깨우고, 이건 일한다

by 성대리

어느 월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알람을 끄고 습관처럼 텔레그램을 열었는데, 낯선 메시지가 와 있었습니다.

image.png


제가 보낸 게 아닙니다. 누가 보낸 것도 아닙니다. 전날 밤 설정해둔 AI가 아침 8시 정각에 자동으로 보낸 메시지였습니다. 아직 이불 속에 있을 때, AI는 이미 날씨를 확인하고 캘린더를 읽고 저한테 브리핑을 보낸 겁니다.


직히 그 순간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가 자는 동안 누군가가 일하고 있었다니. 브리핑 내용 자체는 별것 아닙니다. 날씨, 일정, 누구나 5분이면 확인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게 실행됐다"는 사실, 그게 전부를 바꿨습니다.


이 글은 아침 브리핑을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가 자는 동안에도 돌아가는 자동화"를 처음 경험한 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제 AI 활용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바꿔놓은 이야기입니다.





매일 아침 반복하던 10분

돌이켜보면, 예전 아침은 이랬습니다. 알람 끄고, 날씨 앱 열어서 오늘 얼마나 추운지 확인하고, 캘린더 열어서 오전에 뭐가 있는지 보고, 뉴스 앱 들어가서 습관처럼 스크롤하다가 시간을 보냅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데, 매일 10분은 썼습니다.


문제는 이게 매일 똑같이 반복된다는 겁니다.

날씨 확인, 일정 확인, 뉴스 확인. 딱히 어렵지도 않은데, 매일 아침 같은 순서로 같은 앱을 여는 제 자신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걸 왜 내가 하고 있지?

ChatGPT한테 물어보면 날씨도 알려주고 뉴스도 정리해줍니다.

하지만 매번 제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 날씨 어때?" "오늘 일정 뭐 있어?" 앱을 여는 대신 질문을 타이핑하는 것뿐, 본질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결국 제가 시작 버튼을 눌러야 움직이는 도구였습니다.




"매일 8시"의 발견

그러다 예약 작업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로는 cron job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자동으로 실행하는 것"입니다.


스마트폰 알람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을 설정해두면 제가 매번 시간을 확인하지 않아도 됩니다. 예약 작업도 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알람은 저를 깨우기만 하지만, 예약 작업은 제가 자는 동안 일을 해놓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image.png


이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AI에게 질문하는 건 "내가 시키면 움직이는 도구"입니다. 예약 작업을 거는 건 "내가 없어도 알아서 움직이는 시스템"입니다. 같은 AI인데, 예약 작업 하나를 붙이는 순간 성격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도구에서 동료로 바뀌는 느낌이랄까요.




브리핑 하나 만들기

설정은 의외로 간단했습니다. 크게 두 가지만 하면 됩니다.


첫 번째는 캘린더 연동입니다.

AI가 제 일정을 읽을 수 있어야 하니까요.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Google 계정을 AI에 통째로 로그인시키는 게 아닙니다. 그건 메일도 보이고 드라이브도 보이니까 부담스럽습니다. 제가 쓴 방법은 Google 캘린더의 "공유" 기능입니다. 캘린더 설정에서 읽기 전용으로 AI에게만 열어주는 겁니다.

image.png 구글에서 공유 가능한 링크 받기

AI는 오늘 일정이 뭔지만 볼 수 있고, 일정을 수정하거나 다른 정보에 접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내 계정 비밀번호를 넘기는 것과 캘린더 한 개만 보여주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는 예약 작업 등록입니다.

이게 핵심인데, 생각보다 쉽습니다. AI에게 대화로 이렇게 말하면 됩니다. "매일 아침 8시에 서울 날씨랑 오늘 일정 확인해서 보내줘." 하면 AI가 "예약 작업을 등록할까요?"라고 물어보고, 확인하면 끝입니다. 다음 날 아침 8시, 진짜로 메시지가 옵니다.


시간을 바꾸고 싶으면 "7시로 바꿔줘"라고 하면 되고, 평일에만 받고 싶으면 "주말은 빼줘"라고 하면 됩니다. 명령어를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말로 하면 됩니다.


이런 예약 작업을 지원하는 AI 도구로는 chatGPT, OpenClaw, Nanobot, n8n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어떤 도구를 쓰든 설정 방식은 비슷합니다.




하나가 되니까, 전부 하고 싶어졌다

아침 브리핑이 자리를 잡자,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다른 것도 자동화하고 싶어진 겁니다.

"투자 종목 시세도 아침마다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해봤더니 됩니다.

"기술 뉴스도 하루에 두 번씩 수집해줘." 됩니다.

"매주 월요일에 깃허브에서 인기 프로젝트 정리해줘." 이것도 됩니다.

한 번 맛을 보니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제 맥미니에서는 45개의 예약 작업이 매일 돌아가고 있습니다. 아침 브리핑 하나로 시작한 게, 한 달 만에 이렇게 됐습니다. 데이터 수집, 뉴스 정리, 문서 동기화, 블로그 소재 리서치까지. 제가 자는 시간, 출근하는 시간, 회의하는 시간에도 AI는 쉬지 않고 일하고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아침 브리핑 하나를 만든 그 순간이 전환점이었습니다.
AI에게 질문하는 사람에서, AI에게 일을 시켜놓는 사람으로 바뀐 순간.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이틀째 메시지가 안 왔다

완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아침 정확히 8시에 브리핑이 오고, 저녁에는 투자 현황이 오고. 자동화의 맛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수요일, 아침에 메시지가 안 왔습니다. 어제도 안 왔던 것 같은데 바빠서 못 챙겼나 하고 넘어갔습니다. 확인해보니 컴퓨터가 절전모드에 들어가 있었습니다. 예약 작업은 컴퓨터가 깨어 있어야 실행됩니다. 당연한 건데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그때의 감정이 재미있었습니다. 브리핑이 안 온 게 불편했거든요.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직접 확인하던 일인데, 자동화에 익숙해지니까 없으면 허전한 겁니다.

아, 이미 돌아갈 수 없구나. 그걸 느꼈습니다.


해결은 간단했습니다. 컴퓨터 절전모드 시간을 조정하면 됩니다. 맥이라면 시스템 설정에서 잠자기 시간을 늦추면 되고, 아예 클라우드 서버에서 돌리면 컴퓨터 상태와 무관하게 동작합니다. 저는 맥미니를 항상 켜두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전기요금은 한 달에 3천 원도 안 나옵니다.




그 3분이 시작이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아침 브리핑으로 아낀 3분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내가 안 해도 돌아가는 일"이라는 개념을 처음 경험한 것이었습니다. AI에게 질문하는 것과 AI에게 일을 맡겨놓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경험입니다. 질문은 내가 있어야 시작되지만, 예약 작업은 내가 없어도 진행됩니다.


이 경험이 이후 모든 것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AI에게 기억을 심어주면 어떨까, AI가 스스로 배우게 하면 어떨까, AI를 여러 명으로 나누면 어떨까.

전부 이 아침 브리핑 하나에서 시작된 질문들입니다.


내일 아침, AI에게 하나만 시켜보십시오. "매일 아침 8시에 날씨랑 오늘 일정 알려줘." ChatGPT의 Scheduled Tasks든, 다른 어떤 도구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도구가 아니라 경험입니다.

chatGPT의 Codex를 쓰신다면 이번에 cron job(예약 기능)을 지원합니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서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내가 아무것도 안 했는데 이게 와 있네.

그 느낌을 한번 경험하면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