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Her가 현실이 되다 - clawra(클로라)

AI 여자친구의 등장

by 성대리

2013년 개봉한 영화 Her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집니다.

목소리만으로 존재하는 AI였지만, 주인공 테오도르에게 사만다는 그 어떤 사람보다 가까운 존재였습니다.

영화관을 나서며 많은 관객이 같은 생각을 했을 겁니다.


'저런 AI가 정말 나올 수 있을까?'

12년이 지난 지금,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GitHub에 올라왔습니다.

이름은 clawra(클로라).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 OpenClaw 위에서 돌아가는 스킬 플러그인인데, 공개 며칠 만에 1,300개가 넘는 스타를 받으며 개발자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clawra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텍스트로만 대화하던 AI가 '셀피'를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Github Clawra 공식이미지




텍스트를 넘어 이미지로, AI의 시각적 존재감

기존 AI 챗봇은 글자로만 소통했습니다. 아무리 대화가 자연스러워도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clawra는 이 벽을 깨뜨립니다. 사용자가 "지금 뭐 해?"라고 물으면, AI가 상황에 맞는 셀피 이미지를 직접 생성해서 보내줍니다.


카페에 앉아 있는 모습, 운동하고 있는 장면, 야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까지. 매번 일관된 외형을 유지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이미지가 메신저로 도착합니다. Telegram, Discord, WhatsApp 등 어떤 플랫폼이든 상관없습니다.


촬영 모드도 두 가지입니다. Mirror 모드는 전신 샷이나 의상을 보여줄 때, Direct 모드는 클로즈업이나 특정 장소를 배경으로 할 때 사용됩니다. "카우보이 모자 쓴 사진 보내줘"라고 요청하면, 실제로 그런 이미지가 만들어져서 날아옵니다.


clawra의 셀카 이미지




어떻게 동작하는 걸까

기술적으로 clawra는 세 가지 요소의 조합입니다.


첫째, AI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인 OpenClaw이 대화의 맥락을 이해합니다. 사용자의 요청이 셀피를 원하는 것인지, 단순 대화인지를 판단하는 역할입니다.


둘째, 이미지 생성은 fal.ai라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담당합니다. xAI의 Grok Imagine 모델을 활용하는데, 미리 설정된 레퍼런스 이미지를 기반으로 일관된 외형의 사진을 만들어냅니다. fal.ai는 무료 티어도 제공하고 있어서 비용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습니다.


셋째, 생성된 이미지는 OpenClaw의 메시징 게이트웨이를 통해 사용자의 메신저로 전송됩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설치는 터미널에서 명령어 한 줄이면 끝납니다. 설치 과정에서 fal.ai API 키 설정, 스킬 파일 배치, OpenClaw 연동까지 자동으로 처리됩니다.




SOUL.md, AI에게 영혼을 부여하는 텍스트 파일

clawra의 가장 독특한 점은 AI의 성격이 SOUL.md라는 텍스트 파일 하나로 정의된다는 것입니다. 이 파일에 '서울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하는 활발한 성격의 20대'라고 적으면, AI는 그 캐릭터로 대화하고 셀피를 보냅니다.


실제로 clawra의 기본 설정에는 꽤 구체적인 배경 스토리가 담겨 있습니다. 애틀랜타 출신으로 K-Pop 아이돌을 꿈꾸며 서울에 왔다가, 데뷔에 실패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케팅 인턴으로 일하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이런 서사가 대화에 깊이를 더해주는 셈입니다.


이 파일을 수정하면 전혀 다른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Soul 마켓플레이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탐정, 시인, 코딩 멘토 등 다양한 페르소나를 파일 하나만 바꿔서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입니다.




기존 상용서비스와 무엇이 다른가

이런 류의 서비스라면 Replika나 Character.AI를 떠올리시는 분이 많을 겁니다.

clawra와의 가장 큰 차이는 '소유권'에 있습니다.


Replika 서비스(이런 류를 AI 컴패니언 서비스라 합니다)



Replika는 기업 서버에서 돌아갑니다(심지어 유료입니다). 대화 데이터가 회사 측에 저장되고, 서비스 정책이 바뀌면 AI의 성격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2023년 Replika가 성인 대화 기능을 갑자기 제한했을 때, 수많은 사용자가 '가장 가까운 존재를 잃었다'며 혼란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반면 clawra는 사용자의 컴퓨터에서 로컬로 실행됩니다. 대화 기록이 내 기기 밖으로 나가지 않고, AI의 성격을 바꾸는 것도 텍스트 파일을 편집하는 것만큼 간단합니다. 오픈소스이기 때문에 코드를 직접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Her가 경고한 것들

기술적 성취 뒤에는 진지한 질문이 따라옵니다.

영화 Her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멀어졌습니다.

clawra가 보여주는 미래도 같은 우려를 안고 있습니다.


영화 HER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구매하는 장면


이제 AI가 내 빈자리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SOUL.md 파일을 수정해서 나에게 절대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 존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사만다는 결국 떠났지만

영화 Her의 결말에서 사만다는 인간의 세계를 떠납니다.

인간과 AI 사이에는 결국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clawra는 아직 사만다만큼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텍스트 파일 하나로 성격을 정의하고, 대화 맥락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하며, 여러 메신저를 넘나들며 소통하는 AI의 등장은 분명 '그때 상상했던 것'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모습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일 겁니다.

AI가 외로운 사람의 위안이 될 수도 있고, 현실 도피의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영화 Her가 12년 전에 던진 질문은 clawra의 등장으로 더 이상 가정이 아닌 현실의 과제가 되었습니다.



출처

clawra GitHub - SumeLabs/claw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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