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일 수 있습니다.
2026년 2월 27일, OpenAI가 총 1100억 달러(약 160조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투자 전 기준 기업가치 73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0조원입니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두 배가 넘는 숫자가,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회사에 붙었습니다.
솔직히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이게 가능한 건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불과 4개월 전만 해도 5000억 달러였던 기업가치가 1.5배로 뛰었으니까요. 숫자만 보면 흥분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좀 복잡해집니다.
이번 투자 라운드의 주역은 세 곳입니다. 아마존이 500억 달러(약 72조원), 소프트뱅크가 300억 달러(약 43조원), 엔비디아가 300억 달러(약 43조원)를 각각 투입했습니다. 회사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의 투자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아마존이 그동안 OpenAI의 경쟁사인 Anthropic에 집중 투자해왔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아마존이 이번에 가장 큰 금액을 들고 OpenAI에 합류한 겁니다. AI 패권 경쟁에서 한쪽에만 베팅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월가 일각에서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핵심 의문은 이렇습니다. "투자한 돈이 결국 투자자 자신에게 되돌아가는 구조 아닌가?"
실제로 투자 발표와 동시에, OpenAI는 아마존의 AWS 인프라와 자체 AI 칩 트레이니엄(Trainium)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엔비디아와는 차세대 추론 컴퓨팅 역량 확보를 위한 협력을 발표했습니다. 풀어서 말하면, 아마존은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그 돈으로 자사 클라우드와 칩을 쓰게 만든 겁니다. 엔비디아도 마찬가지 구조입니다.
이런 구조를 "자전 거래(circular deal)"라고 부릅니다. 투자금이 투자자의 매출로 돌아가는 순환 구조를 뜻합니다. 물론 전략적 파트너십은 기술 업계에서 흔한 일이지만, 규모가 160조원에 달하니 의구심도 그만큼 커지는 겁니다.
OpenAI의 성장세 자체는 인상적입니다. 연간 반복 매출(ARR)은 2023년 20억 달러(약 2.9조원)에서 2024년 60억 달러(약 8.7조원), 2025년에는 200억 달러(약 29조원)로 매년 3배씩 뛰었습니다. ChatGPT 하나로 이런 성장을 만들어낸 것은 소프트웨어 역사상 전례가 없는 속도입니다.
문제는 적자입니다. 2024년 기준 연간 적자가 약 50억 달러(약 7.2조원)였고, 2026년에는 140억 달러(약 19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AI 모델을 훈련하고 운영하는 데 드는 컴퓨팅 비용이 매출 증가를 압도하고 있는 셈입니다. 매출이 아무리 빨라도, 비용이 더 빠르면 의미가 달라집니다.
기업가치를 매출로 나눈 PSR(주가매출비율)로 따지면, OpenAI는 약 36배입니다. 참고로 엔비디아가 약 25배, 마이크로소프트가 약 12배 수준입니다. 아직 적자인 회사가 이미 흑자인 빅테크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겁니다.
낙관론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AI는 인터넷 이후 가장 큰 플랫폼 전환이다. 초기 아마존도 적자였지만 결국 세상을 바꿨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실제로 OpenAI는 2026년 하반기 IPO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반면 회의론자들의 논리도 만만치 않습니다. "닷컴 버블 때도 모두가 '이번은 다르다'고 했다. 투자자들이 자사 인프라 사용을 조건으로 돈을 넣는 구조는 건전한 시장 평가가 아니다." Fortune지에 따르면, 한 경제학자는 버블의 4가지 조건 중 3가지가 이미 충족되었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투자로 AI 업계의 관계도가 더 복잡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의 최대 투자자이면서, 최근 경쟁사인 Anthropic에도 투자했습니다. 아마존은 Anthropic의 핵심 투자자였다가 이번에 OpenAI에도 합류했습니다. 소프트뱅크는 두 회사 모두에 베팅하고 있는 셈입니다.
[ AI 빅테크 교차 투자 관계도 ]
경쟁이라기보다는, 서로의 지분과 인프라 계약으로 촘촘하게 엮인 네트워크에 가깝습니다. 묘한 구도입니다. 겉으로는 AI 패권을 두고 치열하게 다투는 것 같지만, 실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거든요.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일 수 있습니다.
혁신은 분명합니다. ChatGPT는 역사상 가장 빠르게 1억 사용자를 돌파한 서비스이고, AI가 실제로 업무 방식을 바꾸고 있다는 증거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매출 성장 속도만 봐도, 이 회사가 만들어내고 있는 가치는 실체가 있습니다.
하지만 1000조원이라는 숫자가 그 혁신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투자자가 곧 공급자인 구조, 4개월 만에 1.5배 뛴 기업가치, 매출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적자. 이런 요소들은 분명 경계해야 할 신호입니다.
역사는 가르쳐줍니다. 혁신적인 기술이 거품과 함께 성장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터넷도 그랬고, 철도도 그랬습니다. 중요한 것은 거품이 꺼진 뒤에도 살아남는 기업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OpenAI가 그 기업이 될지는, 앞으로의 실적이 말해줄 것입니다.
중앙일보 - 오픈AI, 160조원 신규투자 유치... 기업가치 1000조원 평가
디지털타임스 - 오픈AI 1100억달러 투자 유치... 자전 거래 의혹 재부상
Reuters - OpenAI CFO says annualized revenue crosses $20 billion in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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