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가 OpenClaw를 닮아가고 있습니다.

2월 마지막주, 클로드가 세 가지 기능을 출시했습니다.

by 성대리

2월 마지막 주, Anthropic이 사흘 사이에 세 가지 기능을 연달아 내놓았습니다.


자동 기억(Auto Memory),
원격 제어(Remote Control),
예약 작업(Scheduled Tasks).

릴리즈 노트를 읽는 순간, 묘한 기시감이 들었습니다. 이건 어디서 본 조합인데.

기억하고, 원격으로 조종하고, 알아서 반복 실행한다.


이 세 가지는 OpenClaw 같은 오픈소스 AI 에이전트 도구가 '항상 켜져 있는 AI 비서'를 표방하며 내세워온 핵심 기능입니다. 그런데 이제 Anthropic이 공식 제품에 그 기능들을 하나씩 집어넣기 시작한 겁니다.

무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업데이트, 하나의 방향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Auto Memory입니다.

Claude Code(터미널 기반 코딩 도구)에 추가된 이 기능은, AI가 작업하면서 스스로 메모를 남기는 것입니다. 프로젝트의 빌드 명령어, 코드 스타일, 디버깅 패턴 같은 것들을 MEMORY.md라는 파일에 자동으로 기록합니다. 다음에 새 세션을 열면 그 메모를 읽고 이어서 작업합니다. 매번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는 겁니다.


이전까지 Claude는 대화창을 닫으면 모든 맥락이 사라졌습니다. 어제 한 시간 동안 프로젝트 구조를 설명해놓아도, 오늘 열면 백지 상태였습니다. 이 답답함을 해결하기 위해 OpenClaw 같은 도구들은 자체 메모리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것이 핵심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Anthropic이 직접 그 기능을 넣은 겁니다.



두 번째는 Remote Control입니다.

집에 있는 컴퓨터에서 Claude Code 세션을 열어두면,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서 작업을 지시할 수 있습니다. 터미널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AI가 코드를 쓰고, 파일을 정리하고, 테스트를 돌립니다. 점심 먹으러 나가면서 "이 버그 고쳐놔"라고 폰으로 보내면 되는 겁니다.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으로 AI에게 일을 시키는 것. OpenClaw 사용자들에게는 이미 일상이었던 경험입니다. Anthropic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다만 아직은 초기 단계입니다. 테크 블로거 사이먼 윌리슨(Simon Willison)이 테스트한 결과, 서버 에러가 빈번하고 세션이 불안정하다는 보고가 나왔습니다. Max 플랜(월 200달러, 약 29만 원) 전용이라는 점도 진입 장벽입니다.


세 번째는 Cowork Scheduled Tasks입니다.

Claude Desktop 앱 안에 있는 Cowork이라는 기능에서, 반복 작업을 예약할 수 있게 됐습니다. "매일 아침 9시에 이메일 요약해줘", "매주 월요일에 주간 보고서 초안 만들어줘" 같은 작업을 한 번 설정해두면 자동으로 실행됩니다.

이것도 OpenClaw의 핵심 기능이었던 예약 작업과 같은 개념입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닮았지만 다른 점

Cowork의 예약 작업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제약이 있습니다.

Claude Desktop 앱이 열려 있고, 컴퓨터가 깨어 있을 때만 실행된다는 것입니다. 노트북을 덮거나 앱을 끄면 예약된 작업은 그냥 건너뜁니다. 나중에 앱을 다시 열면 밀린 작업을 뒤늦게 실행하긴 하지만, "새벽 3시에 알아서 돌아가는" 진짜 예약 작업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이런 차이입니다.


[ 예약 작업 실행 방식 비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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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ote Control도 마찬가지입니다. 집 컴퓨터가 켜져 있어야 하고, Claude Code 세션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컴퓨터가 잠자기 모드에 들어가면 원격 접속도 끊깁니다. 반면 OpenClaw 같은 도구는 라즈베리파이나 클라우드 서버에 올려두면 전원이 꺼지지 않는 한 계속 동작합니다.


요약하면, Anthropic은 '항상 켜져 있는 AI'의 기능을 가져왔지만,

'항상 켜져 있는' 부분은 아직 가져오지 못한 셈입니다.




왜 이 변화가 중요한가

기능의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건 방향성입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AI 도구의 주류는 '대화창에 질문하고 답변받기'였습니다. ChatGPT든 Claude든, 사용자가 질문하면 AI가 대답하는 구조.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OpenClaw 같은 프로젝트가 완전히 다른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AI가 질문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알아서 일감을 찾아서 처리하는 모습. 매일 아침 이메일을 정리하고, 일정을 확인하고, 뉴스를 요약해서 보내주는 AI. 사용자가 아무것도 안 해도 텔레그램에 브리핑이 도착하는 경험. 이것은 'AI 도구'가 아니라 'AI 비서'에 가까운 패러다임이었습니다.


Anthropic이 이 방향으로 공식 제품을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 패러다임이 실험적 단계를 넘어 주류가 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먼저 증명한 개념을, 가장 큰 AI 기업 중 하나가 자사 제품에 통합하고 있는 겁니다.


Claude Code는 개발자의 코딩 도구, Cowork은 일반 직장인의 데스크톱 비서, OpenClaw은 24시간 돌아가는 개인 운영체제. 셋 다 AI 에이전트를 지향하지만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그런데 Anthropic이 OpenClaw의 영역으로 점점 손을 뻗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직장인에게 의미하는 것

지금 당장 실용적인 관점에서 보면, 이 세 기능의 현재 상태는 이렇습니다.


Auto Memory는 개발자에게 즉시 유용합니다. Claude Code로 코딩하는 분이라면 켜두기만 하면 됩니다. 기본 활성화이니 별도 설정도 필요 없습니다. 다만 일반 Claude 대화창(claude.ai)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웹에서 Claude를 쓰는 분들은 기존의 대화 검색 기능을 활용해야 합니다.


Remote Control은 아직 실험적입니다. 아이디어는 매력적이지만, 안정성이 부족하고 Max 플랜(월 200달러, 약 29만 원)이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직장인에게는 아직 시기상조입니다.


Scheduled Tasks는 가장 접근성이 좋습니다. Claude Desktop 앱의 Pro 플랜(월 20달러, 약 2만 9천 원)이면 사용할 수 있고, 설정도 직관적입니다. 매일 반복하는 단순 작업이 있다면 시도해볼 만합니다. 다만 컴퓨터와 앱을 계속 켜놓아야 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방향

솔직히 말하면, 이 속도라면 올해 안에 Claude가 서버 기반 상시 실행까지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Anthropic이 "기억, 원격, 예약"이라는 세 퍼즐 조각을 한 주 만에 모두 내놓은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명확한 로드맵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게 되면 OpenClaw 같은 오픈소스 도구의 입지는 어떻게 될까요? 꼭 위협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OpenClaw은 텔레그램, 디스코드 같은 메신저 기반이고 어떤 AI 모델이든 연결할 수 있다는 유연함이 있습니다. 반면 Anthropic의 도구들은 자사 모델 전용이지만, 안정성과 보안에서 우위를 가집니다. 결국 용도에 따라 공존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 큰 그림에서 보면, AI가 "물어보면 대답하는 도구"에서 "알아서 일하는 비서"로 진화하는 흐름은 이제 되돌릴 수 없어 보입니다. Anthropic만이 아닙니다. Google의 Gemini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OpenAI도 에이전트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AI 업계 전체가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직장인 입장에서 기억해둘 것은 하나입니다.


AI에게 질문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AI에게 일을 맡기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출처

Claude Code 공식 문서 - How Claude remembers your project https://code.claude.com/docs/en/memory

Claude Help Center - Schedule recurring tasks in Cowork https://support.claude.com/en/articles/13854387-schedule-recurring-tasks-in-co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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