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수가 온다

AI가 일자리를 빼앗는 게 아니라, 옆에서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by 성대리

내 자리가 없어지는 건 아닐까

"AI가 내 일을 대신하면 나는 뭘 하지?" 이 질문은 개발자든, 마케터든, 회계사든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AI 프로젝트 두 개를 들여다보니, 좀 다른 이야기가 보였습니다.

이 AI들은 사람의 일을 빼앗는 게 아니라, 사람을 더 잘하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3만 8천 명이 주목한 'AI 비서'

GitHub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전 세계 개발자들이 자기가 만든 프로그램을 올리고 공유하는 일종의 '오픈 마켓'인데, 여기서 다른 사람이 "이 프로젝트는 흥미롭다"고 별표를 누를 수 있습니다.

영화로 치면 관객 평점 같은 거죠.


2026년 4월 둘째 주, 이 GitHub에서 가장 빠르게 별표가 늘어난 프로젝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NousResearch라는 오픈소스 AI 연구 기관이 만든 Hermes Agent. 별표가 무려 38,426개에 달하는 프로젝트입니다.


▶ GitHub - NousResearch/hermes-agent https://github.com/NousResearch/hermes-agent


Hermes Agent는 한마디로 '내 서버에 상주하는 AI 비서'입니다. 텔레그램, 슬랙, 디스코드, 왓츠앱 등 15개 이상의 메신저에서 접근할 수 있고, 월 5달러(약 7,200원)짜리 서버에서도 돌아갑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ChatGPT랑 비슷해 보이는데,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이 AI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매뉴얼'을 만듭니다.

예를 들어 복잡한 작업을 하나 끝내고 나면, "이건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를 스스로 정리해서 문서로 저장해둡니다.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그 매뉴얼을 꺼내서 더 잘, 더 빠르게 처리하는 거죠. 회사에서 업무 인수인계 문서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한데, 이걸 AI가 알아서 합니다.


거기에 사용자의 선호, 작업 습관,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기억해둡니다. 대화가 끊겼다가 며칠 뒤에 다시 말을 걸어도 "아, 지난번에 하던 그 작업이요?" 하고 맥락을 이어갑니다. 처음 만난 AI가 아니라, 같이 일한 지 좀 된 동료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이 "The agent that grows with you"인데, 재밌는 건 여기서 '성장'하는 주체가 사용자가 아니라 AI라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쓰면 쓸수록 AI가 그 사람에게 맞춰서 진화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AI가 나를 더 잘 알게 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도 넓어지는 셈입니다.




교과서를 통째로 읽어주는 AI

두 번째 프로젝트는 홍콩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연구실(HKUDS)에서 만든 DeepTutor입니다. 별표 5,873개를 받으며 신규 프로젝트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 GitHub - HKUDS/DeepTutor https://github.com/HKUDS/DeepTutor


Hermes Agent가 '쓸수록 나를 아는 AI 비서'라면, DeepTutor는 '문서를 통째로 읽고 가르쳐주는 학습 파트너'에 가깝습니다.

사용법은 간단합니다. 교과서든, 논문이든, 업무 매뉴얼이든 PDF나 텍스트 파일을 올리면 됩니다.

그러면 DeepTutor가 그 문서를 전부 읽고 이해한 뒤, 대화를 통해 내용을 설명해줍니다. "3장에서 말하는 핵심이 뭐야?", "이 개념이랑 저 개념은 어떤 관계야?" 같은 질문을 던지면, 문서 내용을 바탕으로 답해주는 거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가는 게 있는데, AI 에이전트가 역할별로 나뉘어 있다는 겁니다. 문제를 풀어주는 에이전트, 주제를 깊이 파고드는 리서치 에이전트, 아이디어를 확장해주는 에이전트가 각각 따로 있습니다. 복잡한 주제를 물어보면 이 에이전트들이 동시에 움직여서, 문서 안의 내용과 웹 검색 결과, 관련 논문까지 엮어서 정리된 답을 내놓습니다.


쉽게 말하면, 500페이지짜리 교과서를 다 읽고 나서 "아무거나 물어봐"라고 말하는 스터디 메이트가 생기는 겁니다. 혼자 공부할 때 가장 힘든 건 "이게 맞는 건가?" 확인할 사람이 없다는 건데, DeepTutor가 그 역할을 해주는 셈이죠.




숫자가 말해주는 것들

그런데 느낌만으로는 부족하겠죠. 숫자를 보겠습니다.

홍콩대 연구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DeepTutor를 사용한 학습자들의 학습 완료율은 기존 온라인 강의 대비 2.3배 높았습니다. 학습 완료율이란, 강의를 끝까지 듣고 과정을 마치는 비율을 말합니다. 온라인 강의를 결제만 해놓고 안 듣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셨을 겁니다. 그 '안 듣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같은 내용을 익히는 데 걸리는 시간도 40% 줄었고, 한 달 뒤 기억하고 있는 비율도 72%에서 89%로 올랐습니다.


기업 현장의 사례도 있습니다. 한 15인 규모의 스타트업에서는 Hermes Agent 기반의 멘토링 시스템을 도입한 뒤, 신입 직원이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게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3개월에서 6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합니다. 경력 있는 직원이 신입을 가르치느라 쓰는 시간도 주당 10시간 정도 절약되었습니다.


저는 이 숫자들이 꽤 의미 있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가르치는 쪽의 시간이 줄었다"는 부분이요. AI가 일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사람을 가르치는 부담을 덜어준 셈이니까요.




기존 AI 도구와 뭐가 다른가

"이미 ChatGPT도 있는데 뭐가 다른 거냐"는 질문이 당연히 나올 수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는 '기억'과 '맥락'입니다. ChatGPT에게 뭔가를 물어보면 매번 처음 만난 사람처럼 대화가 시작됩니다.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지난번에 뭘 물어봤는지 모릅니다. Hermes Agent는 다릅니다. 쓰면 쓸수록 나를 파악하고, 스스로 노하우를 쌓아가니까요.

DeepTutor도 마찬가지입니다. ChatGPT에게 교과서 내용을 물어보려면 매번 관련 내용을 복사해서 붙여넣어야 합니다. DeepTutor는 문서를 통째로 올려두면, 그 안에서 알아서 찾고 연결해서 답해줍니다. 문서가 쌓일수록 더 풍부한 답이 나오는 구조이고요.


결국 기존 AI가 '일회용 도우미'였다면, 이 두 프로젝트는 '쌓이는 도우미'인 셈입니다.

쓸수록 나를 더 잘 알게 되고, 축적된 지식 위에서 더 나은 답을 내놓는 거죠.




OpenClaw과는 뭐가 다른가

이 블로그를 꾸준히 읽어오신 분이라면 OpenClaw을 떠올리셨을 겁니다.

GitHub 별표 33만 개를 넘기며 올해 가장 큰 화제가 된 오픈소스 AI 에이전트죠.


Hermes Agent와 OpenClaw은 겉보기엔 비슷합니다.

둘 다 오픈소스이고, 내 서버에 설치해서 쓰고, 메신저로 명령을 내리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추구하는 방향이 다릅니다.


OpenClaw은 '연결'에 집중합니다. 50개 이상의 메신저 플랫폼을 지원하고, 100개 이상의 기본 스킬이 내장되어 있습니다. 파일 읽기, 웹 브라우징, 이메일 발송, API 호출까지 할 수 있는 만능 도구죠. 비유하자면 칼, 가위, 드라이버가 다 들어 있는 스위스 군용 칼 같은 존재입니다. 다만 어떤 스킬을 쓸지, 어떻게 설정할지는 사용자가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Hermes Agent는 '학습'에 집중합니다.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은 15개 정도로 OpenClaw의 3분의 1 수준이고, 기본 스킬도 적습니다. 대신 스스로 스킬을 만들어낸다는 게 결정적 차이입니다. 복잡한 작업을 끝내면 그 과정을 자동으로 정리해서 다음에 재활용합니다. 사용자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아서 배우는 구조인 거죠. 물론 openclaw에서도 스스로 학습을 해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도 있긴 합니다. 어디에 방점을 두었느냐가 차이점이겠죠.




그래서 이게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나

여기까지 읽으신 분 중에 "나는 개발자가 아닌데, 이게 나한테 무슨 상관이지?" 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저는 이 이야기가 개발자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AI 도구의 주된 방향은 '대신 해주기'였습니다.

AI가 글을 대신 써주고, 그림을 대신 그려주고, 번역을 대신 해주는 식이었죠. 그래서 "AI가 내 일을 빼앗는다"는 불안이 커진 겁니다.


그런데 이 두 프로젝트는 전혀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신 해주는 게 아니라, 사람이 더 잘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는 거죠. 이건 개발 분야에서 먼저 나타났지만, 다른 분야로 퍼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영어 공부에 이런 AI가 붙으면, 자기 수준에 맞는 일대일 과외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요리에 붙으면, 내 실력에 맞춰 다음에 도전할 레시피를 추천해주는 요리 멘토가 되고요. 피아노에 붙으면, 내가 자주 틀리는 부분을 기억하고 있는 연습 파트너가 됩니다.


물론, 걱정도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했으니, 불편한 이야기도 해야겠죠.

가장 많이 나오는 걱정은 "AI에 너무 의존하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약해지지 않을까"입니다. 네비게이션에 익숙해지면 길을 못 찾게 되는 것처럼, AI 멘토에만 의존하면 혼자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솔직히 저도 이 부분은 좀 걱정이 됩니다.


비용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도구의 고급 기능은 대부분 유료이고, 결국 돈을 낼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사이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과외 선생님을 구할 수 있는 집과 없는 집의 차이가 디지털 세계에서도 반복되는 셈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보안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사내 업무 내용을 AI에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 데이터가 외부 서버로 나간다면 곤란하겠죠.




질문을 바꿔야 할 때

이 두 프로젝트를 살펴보면서, 제가 느낀 가장 큰 변화는 질문 자체가 달라졌다는 겁니다.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라는 질문이 이제 좀 낡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적어도 지금 GitHub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보면, 개발자들이 원하는 건 '나 대신 일해주는 AI'가 아니라 '나를 더 잘하게 만들어주는 AI'거든요.


"AI가 나를 대체할까?"보다 "AI와 함께 어떻게 더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결국 더 나은 위치에 있게 되리라는 것입니다.




출처

NousResearch/hermes-agent (GitHub Stars 38,426) https://github.com/NousResearch/hermes-agent

Hermes Agent 공식 문서 - Skills System https://hermes-agent.nousresearch.com/docs/user-guide/features/skills

HKUDS/DeepTutor (GitHub Stars 5,873) https://github.com/HKUDS/DeepTutor

DeepTutor 공식 사이트 - Framework https://hkuds.github.io/DeepTutor/features/overview.html

The New Stack - "Persistent AI Agents Compared: OpenClaw vs. Hermes Agent" https://thenewstack.io/persistent-ai-agents-compared/

NousResearch Blog - "The Future of Human-AI Collaboration in Software Develop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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