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자 이상하게 숨이 쉬어졌다.
나는 한때
혼자가 되는 삶을 가장 두려워했다.
스무 살 중반만 되어도
결혼 이야기가 자연스러울 줄 알았고,
그 시기를 놓치면
삶 전체가 뒤처질 것 같았다.
그래서 빨리 누군가의 사람이 되고 싶었고,
혼자가 아닌 상태로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사랑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건 사랑이라기보다
불안에 가까웠다는 걸 알게 되었다.
혼자가 되면 안 된다는 조급함,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그 마음으로 시작한 관계들은
늘 비슷한 결말로 끝났다.
사랑을 주면서도
같은 크기의 확신을 돌려받고 싶었고,
그 기대가 어긋날 때마다
관계는 조금씩 무너졌다.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라는 말이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의도하지 않게 혼자가 되었다.
대단한 결심 끝에 선택한 것도 아니고,
도망치듯 피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렇게 살아오다 보니
혼자인 시간이 길어졌다.
처음에는
이 상태를 실패처럼 여겼다.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할 것 같았고,
나 자신에게도
이유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혼자인 삶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가 되자
누군가에게 바라는 마음이 줄어들었다.
기대하지 않게 되었고,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줄어들었다.
그 자리에
작은 여유가 남았다.
나는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억지로 강해지려고 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증명하려 애쓰지도 않았다.
그저
오늘의 나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살아가기로 했다.
지금의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크게 말하지 않는다.
대신
나를 미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컸다.
사랑의 방향도
조금 바뀌었다.
받고 싶어서 주던 마음에서
그냥 주고 싶은 마음으로.
그 변화는
나를 훨씬 가볍게 만들었다.
이 문장은
더 이상 나를 설명하는 말이 아니다.
지금의 나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상태에 가깝다.
이 글은
혼자가 더 낫다고 말하기 위해 쓰지 않았다.
혼자가 된 이유를
정리하려는 글도 아니다.
다만
혼자가 된 이후에야
비로소 숨을 고를 수 있었던 순간들,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살아지는 하루들을
차분히 기록해보고 싶었다.
아마 이 기록은
혼자가 된 이유를 설명하는 글이 아니라,
혼자로 살아가는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보는 과정이 될 것 같다.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여전히 불안하겠지만
그 차이까지 포함해서
나는 이 시간을 써보려고 한다.
아직은
결론보다
이야기가 필요한 시기라
이 글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