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이식 상 앞에 혼자 앉아 있던 저녁
저녁 시간이 다가왔는데
무엇을 먹을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꺼냈다.
그렇게 꺼낸 것들로
조그마한 접이식 상 위를 채웠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배달 음식 하나를
그 위에 올려두고 앉았다.
예전 같았으면
굳이 하지 않았을 장면이었다.
한때는
저녁 약속이 하루의 중심처럼 느껴졌다.
누구를 만나는지에 따라
하루의 표정이 달라졌고,
혼자 먹는 저녁은
어딘가 빠진 장면처럼 여겨졌다.
그때의 저녁은
항상 사람들로 북적였다.
식탁은 늘 여러 개의 말로 채워졌고,
혼자 있는 시간은
다음 약속을 기다리는 사이에만 존재했다.
그때의 저녁은
항상 다음을 향해 있었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자리였고,
관계를 확인하는 시간 같았다.
식탁 위보다
말의 온도에 더 신경을 쓰곤 했다.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혼자 먹는 저녁이
늘어나기 시작한 건.
약속이 줄어서라기보다
굳이 만들지 않게 되면서였다.
처음에는
그 장면이 조금 생소했다.
혼자라는 상태가
막 시작된 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인지
저녁이 괜히 특별해야 할 것 같았다.
접이식 상을 펴고
배달 음식을 올려두는 일조차
하나의 연출처럼 느껴졌다.
아무도 보지 않는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저녁을
차리고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먹는 양이 늘어났다.
배가 고파서라기보다
계속 씹고 있다는 사실이
멈추지 않게 만들었다.
음식을 먹는 건지,
다른 허기를 먹는 건지
가끔 헷갈렸다.
그래서
집에서 간단한 한 그릇 요리를 시작했다.
요리를 했지만
그 시간이 즐겁지는 않았다.
원래 관심도 없던 일이었고,
맛도 특별하지 않았다.
요리를 한다는 사실보다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억지로 먹는 저녁이 이어졌다.
무언가를 채우기보다는
끝내기 위해 먹는 시간에 가까웠다.
그 무렵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나는 혼자 먹으면서도
특별하게 먹으려고 했던 건 아닐까.
혼자라는 상태를
조금 더 괜찮아 보이게 만들기 위해
저녁을 이용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혼자가 편하다고 말하면서도
완전히 혼자이고 싶지는 않았던 건 아닐까.
어느 날부터
그 감각이 조금 달라졌다.
식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지도, 짧지도 않게 느껴졌다.
누군가와 함께 있지 않다는 사실이
굳이 강조되지 않았다.
저녁을 먹으며
하루를 돌아보지도 않았다.
잘 보냈는지,
괜찮았는지
스스로에게 묻지 않았다.
그날은 그냥
그날로 두었다.
식탁 위에 놓인 것들이
조용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되었고,
반응을 살피지 않아도 됐다.
그 시간이
이상하게 안정적이었다.
카메라는 켜지지 않았고,
휴대전화도 멀리 두었다.
잔잔한 음악이나 OTT를 틀어놓고
배고픔만 채웠다.
저녁은
하루 중 잠깐 머무는 시간이 되었다.
혼자 먹는 저녁이
특별하지 않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의미를 붙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라는 게
오히려 편하게 느껴졌다.
누군가와 먹는 저녁을
부정하게 된 것도 아니었다.
다만
혼자라는 이유로
부족해 보이지 않게 된 순간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그릇을 정리했다.
서두르지 않았고,
괜히 시간을 늘리지도 않았다.
저녁은 그렇게
하루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었다.
그날 이후로
혼자 먹는 저녁은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이 되었다.
특별하지 않아서
오래 남지 않았고,
그래서 더 자주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