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라는 말의 오해

혼자라고 외로운건 아니다

by JH


혼자라는 말은

대개 외로움이라는 감정과 함께 묶인다.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따라다닌다.


혼자 있으면 외롭고,

외로우면 혼자일 것이라고 쉽게 짐작한다.


하지만 이 등식은

생각보다 단순하면서도 모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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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상태에 가깝다.

지금 이 공간에 나라는 존재가 하나뿐이라는 사실.


외로움은 감정이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껴질 때 올라오는 감정.



둘은 겹칠 수 있지만

항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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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도

사람은 혼자가 된다.


같은 식탁에 앉아 있지만

시선이 서로를 향하지 않을 때.

대화가 이어지지 않고

각자의 화면만 빛날 때.


그 순간은 숫자와 무관하다.

둘 이상이지만

어딘가에서 단절된 느낌이 스친다.



그래서 가끔은

혼자 있는 시간이 더 편하다.


적어도 혼자일 때는

상대의 기대를 읽으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괜히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물리적으로는 혼자지만

마음이 꼭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혼자 있을 때

생각은 더 또렷해진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속도로 살고 싶은지

조용히 정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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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라는 공간은

또 다른 방식의 연결을 만든다.


직접 마주 앉아 있지 않아도

문장 하나로 공감이 오간다.


보이지 않는 다수가

어딘가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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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고립의 다른 말이 아니라

연결 방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상태에 가깝다.


누군가와 함께 있더라도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면

그때의 고독은 더 선명하다.


반대로

혼자 있지만

안이 차 있다면

그 시간은 충분하다.


혼자는

비어 있음이 아니라

비워 둘 수 있는 여지다.


외로움은

그 여지가 텅 비었다고 느껴질 때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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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혼자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부르고 싶다.


그것은 실패의 결과도,

관계의 결핍도 아니다.


잠시 한 사람의 크기로

온전히 서 있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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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는 감정이 아니다.

그 위에 무엇이 놓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갖는다.


지금 당신의 혼자는

어떤 결에 가까운지.

그 차이를 한 번쯤

가볍게 떠올려도 좋겠다.


혼자라는 말이

외로움으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는다,

적어도 나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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