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없을 무(無)

by 이룰성 바랄희

얼마 전 알게 된 사실인데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스쳐 지나가듯이 들은 문장인데 큰 충격이었다. 수의에는 왜 주머니가 없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던 중 나만의 답이 떠올랐다.


결국 우리가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아닐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을 뿐 아니라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행복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준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안전지대인 이불 밖으로 겨우겨우 나온다. 몸이 아파도, 눈을 못 뜰 정도로 피곤해도, 이별의 아픔을 겪으면서도 출근은 해야 한다. 그때 동시에 드는 생각. ‘하, 워런버핏은 돈 걱정 안 하겠지?’ 하지만 죽음 앞에선 모두가 공평한 법. 우리는 죽음을 맞이한 순간 손에 쥔 모든 걸 놓아야 한다.


우리처럼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포함해 세계적인 부자들도 모두 공평하게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된다. 죽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우리는 결국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 그와 동시에 어떠한 고뇌도 가져갈 수 없다. 내 손에 쥐어져 있던 불안, 우울, 외로움 등 여러 가지 고통들이 놓아지는 순간이다. 너무도 꽉 쥐고 있어서 도저히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던 것들이 맥없이 툭- 떨어져 나간다.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 있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어떠한 고통도 가져가지 말라는 의미에서 수의에 주머니가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저 편안하고 안온한 상태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의에 주머니가 없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꽤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너무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가 없다는 말처럼 들린다. 결국엔 물질적인 것들도, 심리적인 것들도 다 나의 것이 아닐뿐더러 언젠간 그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영원히 함께일 줄 알았던 그 사람과 사랑도 결국엔 다 놓게 될 것이다. 그러니 사랑에 너무나 아파하고 얽매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영원함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중에 혹시라도 나의 수의에 주머니가 달려 있다면 잠시 눈을 뜨고 주머니를 당장 빼달라고 떼를 쓰고 다시 눈을 감을 테다. (장의사분에겐 공포로 다가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