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워치보다 클래식시계

묵묵하고 고요하게, 그것이 클래식

by 이룰성 바랄희

많은 현대인들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 워치를 나 또한 갖고 있다. 스마트워치를 사면 누구에게나 스트랩 구매라는 통과의례가 존재한다. 나 역시 내 취향에 맞는 스트랩을 욕심내서 구비했다. 한 동안은 꾸준히 잘 썼다고 생각한다. 휴대폰을 확인하지 않아도 손목으로 바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문자, 전화 그리고 SNS를 손목 한 번 까딱여주면 바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그 모든 사람들이 내 손목 위에서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스마트 워치가 단 몇 초라도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줘서 유용하겠지만 나는 바쁜 현대인이 아니라 그런지 금방 흥미를 잃었다. 아니, 흥미를 잃었다기보다는 ‘불편’ 해졌다.


깊은 독서의 늪으로 빠져들어간 그 분위기를 깨는 것도, 소중한 사람과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흐름을 깨는 것도, 가만히 벤치에 앉아 자연을 음미하는 고요함을 깨는 것도 나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나는 마치 스마트워치가 일종의 ‘방해’를 한다고 느껴졌다.


휴대전화는 무음으로 설정하면 내가 직접 들어 올려서 확인을 하지 않는 이상 방해되는 일은 딱히 없다. 하지만 스마트 워치는 손목에 부착되어 있기 때문에 진동과 알림이 나의 지각을 파르르 깨워버린다. 여러 번의 방해를 경험하고 나는 과감히 그것을 손목에서 풀었다. 갑작스러운 손목의 허전함이 마치 자유를 연상시켰다. 어떠한 결속에서 끊어져 자유로운 몸이 된 느낌이었다.


세상과 너무 끈끈히 연결되어 있으면 가끔은 피로하다. 이 감정은 누구나 느껴봤겠지만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한순간일 뿐, 어느 시기가 되면 그 연결이 피곤하게 다가온다.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오는 직장상사의 연락처럼 우리는 지속되는 연결에 지치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래서 나는 이 연락들이 내 손목에 닿는 게 어느 순간부터 부담스러워졌다.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기 전에는 클래식 시계를 줄곧 사용했다. 가죽소재의 스트랩에 깔끔한 스퀘어모양의 시계나 메탈소재의 시계. 내가 무관심한 순간에도 째깍째깍 열심히 굴러가던 클래식 시계. 첫사랑이 그리워지듯 나는 어느새 다시 클래식시계에게 마음이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에게 시간이란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학교, 직장 등 모든 약속은 시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해진 때에 맞춰 우리는 발걸음을 옮긴다. 늦으면 뛰게 되는 것도 결국 시간 때문이다. 그저 숫자에 불과할 뿐이지만 우리의 삶은 시간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에 맞게 클래식 시계는 한 걸음 한 걸음 묵묵히 나아간다. 내가 본업에 집중하듯 그도 본업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클래식 시계는 스마트 워치에 비해 단조로운 업무만을 이행하지만 그게 시계의 가장 본질적인 업무가 아닐까 싶다.


우리도 이것저것 다 잘하고 싶지만 결국엔 그렇지 못해서 좌절하지만 전혀 그럴 필요 없다. 본질적인 한 가지, 즉 하나의 역할만 잘해도 충분한 삶이다. 잡다한 것을 책임지는 스마트 워치보단 묵묵하고 고요한 클래식 시계 같은 삶을 살고 싶어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