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탤지어(Nostalgia)

깊은 추억은 어쩌면 얕게 위치해 있다는 걸

by 이룰성 바랄희

어느 날 우연히 잘못 눌러 플레이리스트의 가장 첫 부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방 청소하다가 갑자기 졸업앨범을 보게 된 것 같은 기분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반가움이 몰려왔다. 그중 대부분은 약 10년 전쯤 대학생활 할 때 즐겨 듣던 노래들이었다. 추억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이렇게 좋아하던 노래들을 왜 잊고 살았을까. 긴 시간이 흘렀어도 정말 좋다. 그 노래를 즐겨 들었던 시절의 향과 온도가 적나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때의 공기, 온도, 습도 모든 걸 묘사할 수 있을 정도로 확신으로 가득 찬 기억들이다. 노스탤지어라는 단어 말고는 형언할 수 없다.


추억에 잠기니 그 시절의 내가 떠오른다. 문득 그 시절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넌 그때에도 참 좋은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생각한 순간도 지금 돌이켜보면 한 없이 안쓰러울 뿐. 그 시절 넌 늘 최선이었단다. 미래의 내가 너에게 전한다. 넌 단 한 번도 무모했던 순간이 없었고 그때의 네가 있어 지금의 내가 되었다.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속삭인다. 마음 한편이 아릴 정도로 그때의 너를 따뜻하게 토닥여주고 싶다.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미래의 나는 여기에서 너를 여전히 사랑한다.


노래 몇 곡이 불러일으킨 향수는 나를 그 시절로 돌려다 놓았다. 약 10년간 많은 일들이 지나갔고 산전수전공중전을 다 겪어야 했지만 그 시간들이 오늘의 나를 빚어냈다. 어쩌면 그 사이에 나는 더 단단하고 매끄러운 도자기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10년 후의 나는 얼마나 더 멋진 도자기가 되어있을까? 그땐 완성품의 도자기이기를 바라며 건방지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 또 나름의 최선을 다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