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창문에 갖가지 슬픔을 비추던 밤이었다

달빛이 주는 위로에 기대어

by 이룰성 바랄희

유난히 서러운 밤이었다. 가만히 멍 때리던 나에게 엄마가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고 궁금해하시던 때 내가 겨우 뱉은 말은 서러움이었다. 차마 떨쳐낼 수 없을 정도의 서러움은 나의 목을 옥죄이고 있었다. 나의 얼굴에 우울이 묻어 있어 걱정하시는 엄마를 피해 몰래 눈물을 비워냈다.


새벽에 방에서 나와 부엌으로 가 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베란다를 향해 가본다. 불이 켜져 있는 집이 꽤 있다. 새벽 4시에도 안 자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느끼며 불 켜진 집들이 내심 궁금해졌다. 딱히 사람들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 어떤 밤을 보내고 있을까.


가만히 서있다가 알게 된 사실은 달빛이 창문들을 환히 비추고 있다는 것이었다. 달빛이 맑고 환한 밤이었다. 속절없이 밝게 비추는 달과 반대로 내가 보는 창문들은 은근히 서러워 보였다. 달빛이 창문에 갖가지 슬픔을 비추던 밤이었다. 각자의 사정이 달빛에 비치던 밤이었다. 숨기고 싶던 사정까지 달빛에 의해 비치던 그런 밤이었다.


모두 저마다의 서러운 밤을 보내고 있었다.


각자의 서러움이 가장 깊게 느껴지겠지만 우린 그런 서로를 암묵적으로 위로하고 있었다. 이별, 실패, 고통 등 각기 다른 슬픔이었지만 나름대로 다 의미가 있지 않겠냐며 애써 달빛에 날려 보내자 한다. 따사로운 햇살만이 우리를 위로할 게 아니라 어두운 밤 달빛이 주는 나름의 위로를 향해 몸을 기대 본다. 유난히 서러운 밤에는 좋아하는 노래를 듣자. 달빛의 위로에 응답하듯 손을 건네어보자. 창문으로 서러움이 조용히 새어 나가는 소리에 집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