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14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4월의 세 번째 주일의 시작
월요일입니다.
4시 반..
새벽에 일어나
따뜻한 차를 한 잔 챙겨 책상에 앉아
이것저것 책과 자료들을 뒤적여봅니다.
그러다가 따뜻한 온기로
마음을 멈추게 한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두 분의 편지.
오늘 아침 명언
오아명 에서는
명언보다 더 명언 같은 울림을 주는
두 분의 편지를 놓아드려 봅니다.
법정스님과 이해인 수녀님의 서신..
<이해인 수녀님의 서신>
법정 스님께...
스님
스님,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립니다.
비 오는 날은
가벼운 옷을 입고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던 스님,
꼿꼿이 앉아 읽지 말고 누워서 먼 산을 바라보며
두런두런 소리 내어 읽어야 제 맛이 난다고 하시던 스님,
가끔 삶이 지루하거나 무기력해지면
밭에 나가 흙을 만지고 흙냄새를 맡아보라고
스님은 자주 말씀하셨지요.
며칠 전엔 스님의 책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나
오래 묵혀 둔 스님의 편지들을 읽어보니
하나같이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닮은 스님의 수필처럼
향기로운 빛과 여운을 남기는 것들이었습니다.
언젠가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일로 괴로워할 때
회색 줄무늬의 정갈한 한지에 정성껏 써보네 주신 글은
불교의 스님이면서도
어찌나 가톨릭적인 용어로 씌어 있는지
새삼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수년 전
저와 함께 가르멜수녀원에 가서 강의를 하셨을 때도
눈감고 들으면 그대로 '가톨릭 수사님의 말씀'이라고
그곳 수녀들의 표현했던 일이 떠오릅니다.
왠지 제 자신에 대한 실망이 깊어져서 우울해 있는 요즘의
제게 스님의 이 글은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와
잔잔한 깨우침과 기쁨을 줍니다.
어느 해 여름,
노란 달맞이꽃이 바람 속에 솨아솨아 소리를 내며 피어나는 모습을
스님과 함께 지켜보던 불일암의 그 고요한 뜰을 그리워하며
무척 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이젠 주소도 모르는 강원도 산골짜기로 들어가신 데다가
난해한 흘림체인 제 글씨를 못마땅해하시고 나무라실까
지레 걱정도 되어서 아예 접어 두고 지냈지요,
스님,
언젠가 또 광안리에 오시어
이곳 여러 자매들과 스님의 표현대로 '현품 대조'도 하시고,
스님께서 펼치시는 '맑고 향기롭게'의
청정한 이야기도 들려주시길 기대해 봅니다.
이곳은 바다가 가까우니
스님께서 좋아하시는 물미역도 많이 드릴 테니까요.
<법정스님의 서신>
이해인 수녀님께...
수녀님,
광안리 바닷가의 그 모래톱이
내 기억의 바다에 조촐히 자리 잡았습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재난들로
속상해하던 수녀님의 그늘진 속뜰이 떠오릅니다.
사람의, 더구나 수도자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만 한다면
자기도취에 빠지기 쉬울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어떤 역경에 처했을 때
우리는 보다 높은 뜻을 품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 힘든 일들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주님은 항시 우리와 함께 계시게 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 말고
그럴수록 더욱
목소리 속의 목소리로 기도드리시기 바랍니다
신의 조영안에서 볼 때
모든 일은 사람을 보다 알차게 형성시켜 주기 위한
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사람들은 그런 뜻을 귓등으로 듣고 말아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고 맙니다
수녀님,
예수님이 당한 수난에 비한다면
오늘 우리들이 겪는 일은
조그만 모래알에 미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옛 성인들은
오늘 우리에게 큰 위로요 희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분 안에서 위로와 희망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
이번 길에 수녀원에서 하루 쉬면서
아침 미사에 참례할 수 있었던 일을
무엇보다 뜻깊게 생각합니다.
그 동네의 질서와 고요가 내 속뜰에까지 울려왔습니다
수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산에는 해 질 녘에 달맞이꽃이 피기 시작합니다.
참으로 겸손한 꽃입니다.
갓 피어난 꽃 앞에 서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심기일전하여
날이면 날마다 새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그곳 광안리 자매들의 청안(淸安)을 빕니다.
아름다운 두 분의 서신을 넘겨보며
두 분의 마음과 표현의 깊이에 머물며
마음의 온도가 1도쯤 올라가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어봅니다.
오늘 아침 오아명은 조금 특별한 방식으로
오아명을 전해드렸는데
어떠셨을까요?
오늘은 만나는 사람들을 더 깊은 마음으로 대하며
맑은 영혼으로 소통하는 하루로 보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따스하고 아름답게 살아낼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아자 아자 아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