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웰, 뉴멕시코>와 <오리지널스>의 편집 스타일
드라마와 영화는 작품에 따라 편집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다. 코미디 영화와 공포 영화의 편집이 다르고, 1940년대 액션 영화와 2019년의 액션 영화의 편집이 다르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영화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서 보이는 편집은 서로 다르다. 시대, 장르, 만드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리는 드라마와 영화에서 조금씩 다른 편집 스타일을 경험하게 된다.
현재 참여 중인 <로즈웰, 뉴멕시코>와 지난번 작품 <오리지널스>의 편집 스타일은 참여하는 프로듀서가 대부분 같은 관계로 편집 스타일도 유사한데, 가장 큰 특징은 한쪽의 말이 끝나면 지체 없이 상대방 쇼트로 넘어간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A가 B에게 "너를 사랑해"라고 말하면, 말이 끝나자마자 한 두 프레임 후에 바로 B를 보여준다. 액션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리액션이 중요하다.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듣는 게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모르겠는데, 언니는 알아듣는다
4살 아이가 뭔가를 찾아달라고 떼를 쓰듯 얘기한다. 아내와 나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때, 9살 언니가 와서 '뭔데?'하고 동생에게 묻는다. 가만히 듣더니 무엇을 찾는지 알아듣는다. 왜일까? 아내와 나는 '듣고자 하는 마음'이 없던 게 아닐까? 아이가 다짜고짜 떼를 쓰듯 말을 하니 이미 시작부터 조금은 짜증이 나서 제대로 듣질 않았을 것이다. 그에 반해, 언니는 그게 호기심이든 동생에 대한 사랑이든 '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내고 말 거야'라는 듣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일 테다.
얼마 전 친한 친구 가족이 한국에서 LA로 여행을 와서 함께 식사를 했다. 친구가 나 역시 딸이 둘이라서 생각나는 좋은 책이 있다며 이규천 씨께서 쓰신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라는 책을 소개해 주었다. 자기가 읽고 있는데 마침 가지고 왔으니 나에게 선물하겠다고 했다. 친구는 약속을 까맣게 잊고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고, 나는 호기심을 안고 직접 이 책을 구입하여 읽었다.
동생의 말을 금세 알아듣고 동생이 찾던 책을 찾아주는 첫째 아이의 모습을 보며 이 책에서 읽은 한 부분이 떠올랐다.
아이가 부모와 마음의 벽을 쌓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먼저 부모 자신의 표정이 어떤지 살펴보면 좋겠다. [...] 아이가 부모에게 다가오도록 만들려면 '네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라는 표정이 우러나게 관리를 해야 한다. - 이규천 저 <나는 천천히 아빠가 되었다> 중에서
삶에서 중요한 것은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게 아닐까 싶다. 영화와 드라마는 삶의 연속이다. 그러니, 편집에서도 중요한 것은 어쩌면 액션보다 리액션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