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에게 묻다 (1) 케빈 텐트와의 대화
케빈 텐트(Kevin Tent)
<일렉션> <사이드웨이> <디센던트> <다운사이징> <네브라스카> <황금나침반> <처음 만나는 자유>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첫 질문으로 뭐가 좋을까? 인터뷰의 시작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편집도 마찬가지인 거 같아요. 처음 신을 편집하기 시작할 때 첫 샷을 어떻게 정하세요?
어떤 샷으로 시작할지 바로 알진 못하죠. 알다시피, 편집은 계속 변해요. 변하고 발전하는 거예요. 마스터 샷으로 시작했더라도 편집을 하다가 ‘어? 마스터 샷이 필요가 없네? 대신 다른 타이밍에 써야겠는걸?’ 하고 발견하곤 하죠. 기본적으로는 일단 시나리오를 따라서 시작해요. 그리고, 촬영된 순서도 고려해요. 거의 대부분 마스터 샷이 처음이니까 일단 그걸 보죠. 하지만, 만일 마스터 샷이 너무 재미없다면 신을 좀 더 흥미롭게 시작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살펴봐요.
그렇게 한 신을 마치고, 다른 신을 시작해요. 이 신을 끝낸 방식 때문에 다음 신을 특정한 방식으로 시작하게 되죠. 하지만 때론 그렇게 하면 별로 흥미롭지 않다는 걸 발견하기도 해요. 그럼 이것들을 다시 조정하는 거죠.
하나의 신이 그 주변의 신을 어떻게 편집해야 하는지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네요?
맞아요. 정확해요. 두 신을 편집했는데, 앞 신의 끝에서 초인종 소리가 5초 동안 먼저 들리게 해야 해요. 여기에 맞게 신을 재편집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페이스가 항상 큰 문제가 되죠. 편집에서 가장 큰 부분이 어쩌면 페이스일지도 몰라요.
편집을 하는 긴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때와 가장 무서운 순간은 언제인가요?
딱 어느 순간이 가장 즐거운 순간이라고 말하긴 어려워요. 모든 순간들이 다 엄청나게 즐겁죠. 영화와 내가 가질 수 있는 이 관계의 매 순간을 너무 사랑해요. 나보다 더 가깝게 다가가서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죠. 내 앞에 놓인 영화나 드라마는 움직이지 않는 디지털 이미지일 뿐이에요. 하지만, 이걸 편집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를 관객들이 사랑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요. 혹은, 다른 영화의 재편집 요구를 받고 거기에 참여했을 때. 선입견 없는 관점으로 영화를 보고, 문제를 파악한 후에 고쳐서 이야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들었을 때의 만족감 역시 크죠. 이런 거예요. ‘아, 이거 고치려면…글쎄요, 하루 종일 걸리겠는걸요? 한번 해볼게요.’ 그러고 나서 여기를 다시 편집하고, 이것과 저것을 붙여보고, 이쪽에 음악을 넣고…. 그러고 나서 사람들이 보고 ‘와, 이거 멋진걸요! 당신 마치…’
‘… 마술사 같군요!’
맞아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죠. 기존 영화에서 2분 정도만 달라졌을 뿐인데 영화 전체가 더 효과적이고, 믿을만하고, 또 감정적으로도 더 좋아지는 거예요. 달라진 건 2분이지만 그렇게 만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건 잊으면 안돼요. 큰 도박 같은 거죠. ‘글쎄, 잘 될까? 어디 한 번 해보자.’
그리고, 가장 무서운 순간이라…. 그건 아마도 영화를 누군가에게 처음 보여줄 때에요. 관객들에게 처음 테스트 시사를 할 때와 같은 순간이죠. 관객이 어떻게 반응할지 기대가 되지만, 동시에 걱정도 되거든요. 때론 스스로도 영화가 아직 문제가 많다거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고요.
맞아요. 전 첫 에디터스 컷을 감독에게 보여줄 때가 가장 힘들어요. 저 혼자 볼 땐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감독에게 보여주며 옆에서 같이 보면 이상하리만치 완전 엉망으로 보이거든요. 문제가 엄청 많이 보이죠. 관객들을 모시고 테스트 시사를 할 땐 관객들에게 어디가 문제 있어 보이는지 의견을 받잖아요?
중요한 건 문제가 뭔지 찾아낸 것보다는 뭐가 가장 베스트인지 찾아내는 거예요. 관객들은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 각자가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말하죠. 백만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만 명이 ‘그 문제는 이렇게 풀어야 해'라고 백만 개의 대답을 하는 거예요. 미칠 노릇이죠. 게다가, 스튜디오는 이렇게 하자고 하고, 프로듀서는 이런 말을 하고, 감독은 또 다른 말을 하고… 이 모든 의견을 다 받아들이면 작품은 오히려 엉망이 되어버리죠. 그렇게 되는 걸 정말 많이 봤어요.
케빈 텐트와 제가 나눈 이 대화의 전문은 여기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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