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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풀이 어원풀이: 이미 알면서 모른다고 생각하는 영어

by 현현


인문학의 시작은 자주 언어에 대한 성찰로 시작한다.


특히 한국처럼 온전한 모국어가 항상 외국어에 의해 간섭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본질적으로 순수한 언어는 존재할 수 없다. 나와 타인이 다른 것만큼 언어는 본래 이질적인 것들로 구성된다.


나무라는 말은 "나다" 라는 말에서 파생되었다.

태어나다, 자라나다, 생겨나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서 나무가 솟아나는 것은 없던 것이 생겨나는 것과 비견할 만한 놀라움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자신만만함이 지나쳐서 오만하면 흔히 건방지다고 한다. 건방진 사람들은 대부분 에너지가 지나치게 넘쳐난다. 건방이라는 말은 원래 방향을 가리키는 말이다. 글자 그대로 풀이한다면, 건쪽 방향이라는 것이다. 건은 무엇인가?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렇다, 태극기의 4 괘의 방향 중, 건을 의미한다. 태극기의 4괘는 건, 곤, 감, 리.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각각 천택화뢰풍수산지의 의미를 갖는다.


하늘은 양의 기운이고, 땅은 음의 기운, 불은 양의 기운이고 물은 음의 기운이다. 하지만, 하늘은 순수하게 양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양의 성질은 기본적으로 크고, 뜨겁고, 밝고, 높고, 활동적이다. 이에 반해, 음은 작고, 차갑고, 어둡고, 낮고, 정적이다. 태극기에 그려진 건의 모양은 세 개의 양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로지 양으로만 뭉쳐 있기 때문에 그 성정이나 특징은 대단히 활동적이고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고 할 수 있다.


건방은 서북쪽이다. 그래서, 서북쪽의 방향은 어른의 방향이기도 하다. 풍수를 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집에서 서북쪽 방을 아이들 방으로 하면, 그 집에서는 아이들이 왕이 된다고 한다. 예로부터 서북쪽 방을 어른들의 방으로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낭패, 저돌적, 위축, 교활. 이 말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동물로부터 추상된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다. 낭패(狼狽)란 말은 고대 중국의 신화에 등장하는 동물이다. 저돌적이라는 말은 저팔계에서 알수 있듯, 돼지와 관계가 있다. 위축은 고슴도치, 교활은 여우와 관계가 있다.


말과 문자의 기원을 찾아가면 우리는 고대의 원시적인,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아주 원형적인 인류의 인식과 세계관을 만날 수 있다. 기원을 잃어버린 말들은 임의로 조작해 놓은 새로운 상징기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한 단어가 의미있고 중요하며 상징적인 의미가 풍부할 수 있는 것은 그 기원과 역사에 있어서 축적된 언어적 데이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교류하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언어는 매우 형식적인 매개로서의 역할이 커져간다. 언어는 사고의 바탕이다. 키보드를 바라보면서 삶을 성찰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삶, 살다, 사람과 같은 단어를 바탕으로 인생을 생각하는 것은 많은 의미를 전달해 준다. 역설적으로 언어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을수록 더욱더 언어처럼 생생하게 살아있을 수 있다. 억지와 임의와 편리 그리고 빗나간 유흥을 목적으로 조작된 말들은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성찰의 깊이를 제한하는 기능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단어가 어떻게 어떤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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