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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Jun 09. 2024

꿈의 실타래를 풀려면 일단 느슨하게 정신분석!


물질의 분석, 데이터 분석, 경향분석 등등 분석이라는 말은 일상에서 늘 사용되는 말이다. 분석分析은 자르고 구분하는 것과 관계가 있다. 한자로 나누고(분分) 쪼갠다(석析)는 뜻을 갖고 있다. 영어로는 analysis다. 


분석이라는 단어는 과학적이고 조직화된 해부와 나누고 쪼갠다는 의미를 갖고 있으며, 또 그런 맥락에서 사용되는 단어다. 자르고 쪼개는 구체적인 행위가 가능한 대상에게 적용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아마도 가장 널리 알려진 분석중 하나는 정신분석이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정신이 쪼개고 나눌수 있는 대상인가? 생각해 보면 어딘가 어색하다. 영혼이나, 마음, 정성, 분위기를 분석한다고 표현하는 것은 일상적인 비유적 표현이 되었지만, 분석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그런 추상적인 것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분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정신분석은 사이코어낼리시스psychoanalysis라고 한다. 20세기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해서 창시된 인간의 의식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프로이트가 명명한 psychoanalysis는 어원적으로 볼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적 분석의 의미와는 좀 다르다.


먼저,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을 의미하는 단어로 psycho-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psycho는 그리스 신화의 프쉬케psyche에서 유래한 말로, 영혼과 나비를 상징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프쉬케는 에로스의 연인으로 등장하는데, 프쉬케와 에로스의 사랑이야기는 결국 이별로 끝나게 된다. 그리고 프쉬케는 나비가 된다. 덕분에 프쉬케라는 이름에서 파생된 사이코psycho-는 인간의 영혼을 의미하게 되었고, 프쉬케가 변했다는 나비는 곧 인간의 영혼을 상징하는 은유로 발전하게 되었다. 덕분에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나비 혹은 나방류와 같은 곤충이 영혼을 의미하는 상징으로 종종 사용된다. 

analysis라는 단어는 ana- 와 lysis 두 부분이 결합된 형태다. ana-는 완전히, 뒤로back 라는 뜻을 갖고 있는 접두사이고, lysis는 풀어놓다, 느슨하게 한다 또는 자유롭게 풀어놓는 의미가 있다. 그러니까, analysis를 어원에 충실하게 번역한다면 “완전히 풀어놓다” “완전히 느슨하게 하다” 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앞에 붙어있는 정신과 심리, 마음, 영혼을 의미하는 psycho-와 결합되어 프로이트의 새로운 학문의 성격에 완전히 부합되는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 환자의 자유연상free association에 의해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생각할 때, psychoanalysis는 환자 내면의 영혼, 정신을 완전히 자유롭게 풀어놓는 의미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용어라고 할 수 있다. 


자유연상법은 정신분석의 대상자가 마음에 떠오르는 모든 내용을 아무런 자의적인 검열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유연상은 환자가 갖고 있는 내재화된 자기검열이나, 자기비판을 부정한다. 그러려면 일단 마음을 느슨하게, 온간 도덕적, 사회적, 문화적 억압으로부터 느슨하게 풀려있어야 한다. 이것은 analysis의 어원적 의미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어에서 “분석”이라는 단어는 과학적이고, 정량적인 대상에 대해서 구분하고 분리한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간의 영혼은 사실 그러한 “분석”의 대상이 되기에는 모호하고 불분명한 영역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분석이라는 말은 입에 착 달라붙는 번역이 되어 버렸고, 지금에 와서 어원에 근거한 새로운 번역어를 제시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신분석이라는 한국어 보다는 psychoanalysis라는 영어의 어원적 의미를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정신분석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느슨하게하다, 풀어주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lysis의 어원은 lys-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여러 단어에서 나타난다. 쉽게 사용하는 잃어버린다는 의미의 lose에도 들어있다. 느슨하게 풀리는 것과 잃어버리는 것은 비교적 그 관계가 명백하게 드러난다. 가방에 열쇠를 고리로 묶어 놓았는데, 고리가 풀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잃어버리는 것은 당연하다. 다른 모든 잃어버리는 것들도 마찬가지다.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연결되어 있는 고리가 느슨하고 헐거워지면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에 쓰일때도 있다. 

라이샌더Lysander는 셰익스피어의 아름다운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극중 등장하는 허미아Hermia와 사랑에 빠진다. 라이샌더Lysander의 이름을 분석한다면, Lys-와 ander로 나눌 수 있다. Lys-느슨하게 하다, 풀어주다는 뜻이고, ander-가 사람을 의미한다면 라이샌더는 말 그대로 사람을 풀어주는, 해방시켜주는 이라는 뜻이 있다. 생각보다 매우 엄숙한 이름이다. 물론, 『한여름 밤의 꿈』에서 라이샌더는 숭고한 인류해방이라는 과업을 성취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자신의 사랑을 얻게 되면서 사랑에 목말라 하는 자기 자신을 해방시킨 것은 분명하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히폴리투스Hyppolytus도 관계가 있다. 히폴리투스는 널리 알려져 있는 신화이야기이기도 하다. 히폴리투스의 이야기를 짚어가자면 그의 아버지 테세우스와 페드라의 이야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이야기는 1962년 영화감독 쥴스 다신 에 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어 <페드라>Phaedra라는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신화에서는 히폴리투스가 자신이 타고 다니던 말에서 떨어지며 죽게 되는데, 영화에서도 히폴리투스 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알렉스가 자신이 아끼던 애스틴 마틴을 타고 절벽을 향해 질주한다. 바흐의 음악이 울려퍼지는 해안도로를 질주하던 장면은 클래식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기억된다. 


그런데, 왜 히폴리투스Hyppolytus는 말에서 떨어져 죽게 되었는가? 

그의 이름이 바로 말의 고삐를 느슨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Hyppo-는 말을 의미한다. 하마의 영어 명칭은 hyppopotamus인데, 어원으로 따져보면 강가의 말이라는 뜻이다. 실제 그런 의미를 반영해서 한자로도 말 馬자를 사용해서 하마河馬라고 한다.  


그래서 히폴리투스는 말hyppo-을 느슨하게 한다lytus-는 뜻을 갖고 있어서, 히폴리투스가 마차를 타고 가다 결국 고삐를 놓쳐서 죽음에 이른다는 암시적인 의미로 풀이될 수 있는 것이다. 신화에서는 히폴리투스가 타고 가던 전차의 말이 놀라서 날뛰게 되는데, 그때 고삐를 놓친 히폴리투스는 마차에 끌려가면서 죽게 된다.  


그리스 신화에는 아름다운 여신이 둘 있었다. 하나는 아르테미스Artemis고 또 다른 여신은 아프로디테Aphrodite였다. 히폴리투스는 아르테미스를 섬기고 있었는데, 이것이 아프로디테의 질투심을 자극한다. 그래서 아프로디테는 테세우스의 두 번째 부인이면서 히폴리투스의 계모였던 페드라로 하여금 히폴리투스를 유혹하게 한다. 히폴리투스는 페드라의 유혹을 거부하지만, 그로 인해 자존심이 상한 페드라는 테세우스에게 상황을 왜곡시켜 전달함으로써, 아버지인 테세우스가 아들인 히폴리투스를 죽음으로 몰게 하는 비극을 만들게 된 것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정리해 본다면, 정신분석학을 의미하는 psychoanalysis는 영혼을 나누고 쪼갠다는 의미가 아니라, 영혼을, 마음을, 정신을 자유롭게 풀어준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영혼을,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았을 때, 우리는 어떤 의미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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