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여행 1 - 시라토리 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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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세 번째로 떠나는 나혼자여행의 목적지는 미야자키였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고, 그냥 표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2박 3일의 첫날은 미야자키의 에비노 고원에서 묵는 것으로 하고, 렌터카를 몰았습니다.
생각보다 우회하는 길
출발하기 전에 구글 길찾기로 검색했을 때에는 미야자키 자동차도 고바야시 IC에서 나와서 현도를 따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은 더 멀리 가서 에비노 IC로 나오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안 그래도 비싼 고속도로 톨비를 더 내야 해서 뭔가 손해 본 기분이었지만 그게 결과적으로는 신의 한 수였음은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강하게 풍겨오는 유황의 냄새
구불구불한 산길을 따라 올라가던 그때, 차 문을 여니 유황의 냄새가 강하게 풍겨왔습니다. 왠지 온천이 있을 것만 같은 강한 느낌이 들어 주변을 둘러보니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습니다. 배도 고픈데, 온천이나 하고 배나 때우자는 생각이 불쑥 들었습니다.
근처의 온천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가 온천을 땡기게 합니다.지도를 보니 근처에 온천이 있긴 했는데, 둘은 지나쳐왔고 앞에 하나가 있어서 거기로 들어갔습니다. 그 온천이 바로 시라토리 온천 상탕(白鳥温泉上湯)이었습니다. 온천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입욕료도 310엔으로 생각보다 매우 저렴했습니다. 그럼에도 내부는 깨끗했습니다.
나홀로 온천하기
욕탕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제가 여행하면서 이랬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굉장한 행운으로 여기고, 주인아저씨 몰래 사진을 좀 찍었습니다. 욕탕 내부는 매우 청결했습니다. 온천수는 원천 온도 50도 정도의 단순 산성 온천이지만, 황산염과 철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철분이 좀 함유되어 있어서 그런지 노천탕과 실내탕은 전반적으로 쇠가 녹슨 붉은빛이 감돌고 있었고, 특이하게도 물에서 쇠의 녹슨 냄새와 바닷물 냄새가 미세하게나마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물의 온도는 상당히 뜨거워서, 오래 있기에는 조금 힘들었습니다. 뜨거운 탕에 오래 계시는 분들이라면 아마 아주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환상적인 경치와 서늘한 날씨, 그리고 따뜻한 탕을 한 번에 느낄 수 있는 노천탕이었습니다. 아무도 없었기에 더더욱 기분좋은 휴식이었지 않나 싶습니다.
시라토리 온천
시라토리 온천 상탕에는 노천탕뿐만 아니라 사우나(蒸し湯)와 지고쿠(地獄)라고 부르는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곳도 있습니다. 지고쿠는 귀찮아서 가보지는 않았지만, 사우나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온천탕에서 쓰는 물과 동일한 물을 사우나의 증기로 쓰고 있었는데, 적당히 뜨거웠습니다.
이 온천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참 묘한 곳이기도 한데, 일본의 근대화기에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한 사이고 다카모리(西郷隆盛)가 요양하고 갔다는 온천이라고 홍보 중이었습니다(여기뿐만 아니라 기리시마(霧島) 일대의 온천 모두가 사이고 다카모리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기는 했습니다).
정한론을 주장하던 사무라이가 쉬러 온 곳에 한국인도 와서 쉬고 갑니다. 세월이란 게 이렇게 무상합니다.근처의 시라토리 온천 하탕(白鳥温泉下湯)은 같은 업체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시라토리 온천 상탕은 단순 약산성 온천으로, 약간의 황산염과 철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물 온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가케나가시(掛け流し) 방식으로 물이 공급됩니다.찾아가기
미야자키 자동차도 에비노IC에서 나와서 현도 30번을 타고 에비노 고원 방면으로 올라가다 보면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