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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hyun Park Nov 03. 2018

미야자키 여행 3 - 기리시마 온천

유황온천마을

에비노 고원에서 기리시마 온천으로 내려가봅니다. 다음에는 그 옆에 있는 신유 온천(新湯温泉)을 한 번 가봐야지 하는 생각이 든 건 한국에 와서 구글 맵으로 여행 루트를 복기하면서 든 생각입니다. 역시 사전조사가 중요하긴 합니다.


산길이 늘 그렇듯이 기리시마 온천마을로 내려가는 길 역시 구불구불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은 가을이었습니다. 낙엽이 완전하기 들은 건 아니지만 분명히 숲은 붉었습니다. 가는 길에 신모에다케(新燃岳)를 가리키는 표식이 있어 잠시 차를 세우고 산머리를 찍어봤습니다. 화산활동 중이라 그런지 산정은 황량해 보였습니다.

신모에다케 정상같은 모습에서 일본인은 지옥을 연상했을지도 모릅니다.


기리시마 온천마을로 내려오는 길에도 화산활동은 멈추지 않습니다. 아, 그리고 잠시 동안은 미야자키가 아닙니다. 이제는 가고시마 현 기리시마입니다. 자연은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데, 니땅 내땅 나누는 건 사람이군요.

이오다니 증기 분출 지대(硫黄谷噴気地帯)에서는 지금도 땅에서 증기가 열심히 솟아납니다. 유독가스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마루오 온천을 찾아서

기리시마 온천마을(霧島温泉郷)에 들어오니 마루오 온천(丸尾温泉)이 있다고 구글 지도가 알려줍니다. 그래서 온천장이 있나 싶은데 없습니다. 기리시마 국제호텔(霧島国際ホテル)뿐입니다. 확대해서 위치를 대조해보니 똑같은 곳을 가리킵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으니 일단은 주차를 하고 호텔에 들어가서 히가에리(日帰り, 당일치기 목욕)를 하겠다고 하니 1000엔을 내라 합니다. 타월도 같이 주길래 일단 받고 올라갔습니다.

알고보니 이 온천의 이름이 마루오 온천이었습니다. 단순 유황온천입니다.

온천탕의 원천 온도는 53도로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온천수의 성분은 유황이 주성분으로, 황화수소로 인해 물에 노란색의 유노하나(湯の花, 온천수의 성분이 응집되어 욕조에 떠다니는 모양이 꽃 같다 하여 붙은 이름)가 떠다닙니다. 산성도는 중성으로, 왠지 피부가 좋아질 것만 같은 온천입니다.

내탕은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사람들이 있어서 사진을 찍지는 못 했습니다만, 흔한 목욕탕 같은 시설이었습니다. 그런데 약간 낡아 보이더군요. 온탕도 상당히 미지근했고, 바닥은 마치 수영장 바닥처럼 밝은 하늘색으로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정말 만족스러웠던 건 노천탕이었습니다. 계단을 올라가야 있는 노천탕에서는 비록 바깥 경치를 볼 수는 없었지만, 일본식으로 정갈하게 꾸며둔 탕에 들어가니 정말 좋다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물은 두 가지 타입입니다. 한 가지는 우유를 탄 듯 뿌연 물이 나오는 탕이고, 나머지 하나는 맑은 물에 유노하나만이 떠다니는 탕입니다. 둘 다 각자의 원천을 가지고 있다고 하니, 한동네인데도 온천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가케나가시(掛け流し) 방식으로 제공되는 노천탕에서 목욕을 하니 내탕에서 시설이 구리다고 속으로 궁시렁대던 제 자신이 약간 부끄러워졌습니다.


기리시마 온천마을을 둘러보러 내려가니, 상업시설이 눈에 띄었습니다. 족욕탕을 차려놓고 사람들을 유인하고 있더군요. 족욕탕은 100엔으로, 딱히 돈을 걷는 사람이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물 온도는 제법 뜨거웠습니다. 50도 정도 된다고 하는데, 방금 했던 노천탕 같은 맑은 유황 온천수입니다. 수건은 족욕탕에 준비되어 있으니 그걸 이용해도 됩니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이 기리시마온천마을의 장소성을 잘 대표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 멀리 사쿠라지마(桜島)가 보입니다.
생각보다 뜨겁습니다.

마루오 폭포

근처에 온천 폭포가 있다길래 찾아가 봤습니다. 마루오노타키(丸尾滝)라는 곳인데, 차로 약 3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주차가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잠깐 가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이 폭포는 두 개의 온천이 합쳐져서 떨어지는 온천 폭포로, 신기 조산 지대가 보여줄 수 있는 멋진 지형 중 하나입니다. 온천수가 떨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이 온천은 다각형 모양의 주상절리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주상절리는 보통 용암이 물 같은 것 때문에 급격히 식을 때 잘 형성됩니다(제주도에도 해안가에 주상절리 절벽이 있지요). 그런데 여기는 주상절리들이 구부려져 있듯이 뚝뚝 끊어져 있습니다. 이는 지형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 폭포는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니 주상절리가 생겼을 당시에는 비교적 연직 방향으로 형성되었을 것인데, 그게 융기나 단층 등의 지형 활동으로 구부러져서 현재의 모양이 되었다고 합니다.

구부러진 주상절리가 인상적입니다.

찾아가기

가고시마 공항에서 국도 504번을 타고 남쪽으로 달리다가 국도 223번으로 기리시마 온천마을 방향으로 달리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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