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6
긴 휴식을 취했는데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기억에서 잊혀질까봐 의무감에 글을 써본다. 10월 26일부터 11월 6일, 11일 간 제주도에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다. 공항의 의자에 앉아 비오는 풍경을 바라본다. 8일 간은 맑고 햇빛이 강하더니, 마지막 3일간은 흐렸다 맑았다 비가 오다가 한다.
이번 여행에서는 정말 여행같지 않은 휴식을 보냈는데, 늦잠을 자고, 하루 종일 숙소에 있고,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하고, 오후에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맘에 드는 풍경이 있는 곳에서 한숨 자고 소설을 읽고 했다. 여행보다는 요양을 왔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제주도까지 왔는데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한 것은 귤 사서 먹기, 어승생악 오르기, 해안가 둘레길 산책하기, 중산간도로 드라이브하기 정도였다.
그래도 일상을 잊고 바보처럼 보내는 시간이 좋긴 했다. 조금 우울하기도 했지만, 잠깐 한발짝 물러나 생각하게 되니 일상으로 돌아가서는 조금 덜 바보같이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내는 동안 대화라고는 정말 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의 소중함도 다시금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