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산후도우미와 남편

불편해도 표현할 수 없는 존재

by 소소황

혹시나 아이에게 해를 가하지는 않을까, 휴식이 필요한 산모에게 모난 소리를 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운 남편이었다. 그래서 일찍 퇴근하는 날에는 현관문 앞에서 친절한 미소를 장착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혹시나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를 만났을 때 가능한 친절한 미소로, 존중을 표현하며, 잘 부탁한다는 무언의 부탁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조리원에서 퇴소하고 처음으로 맞이하는 세 가족의 집은 조금 어색했다. 둘이 살던 집에 처음으로 한 명이 더 들었으니 어색함이 마땅했으나, 생각보다 어색함의 정도가 크지 않아 더 어색하게 느꼈던 것 같다. 그만큼 아이가 작기 때문이리라. 남편은 '이 작은 몸짓의 아이가 언젠가는 나보다 더 커지겠네?'등의 생각을 하며 새 가족 구성원이 들어선 우리집을 다시 감상했다. 그와 동시에 양 어깨를 무겁게 누르는 아빠로서, 남편으로서의 책임감을 곱씹었다. 그래서 남편은 새근거리는 아기를 보며 오구오구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면서도 마음 한 편으로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를 애타게 찾았다.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끼며 주변만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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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소득에 따라 2주간 산후도우미 비용을 일부 지원해준다. 정부지원을 받음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지출되지만 첫 아이를 출산한 기쁨에 부부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마다하지 않았고, 2주간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께서 우리집으로 출근을 하셨다. 남편은 회사로 출근을 해야 했기에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를 마주할 일이 거의 없었다.


남편은 산후도우미 아주머니의 흔적을 저녁식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내가 먹고 싶은 메뉴로 음식을 뚝딱 차려주시니 매일 변하는 아내의 입맛 덕에 호강은 남편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늘 반갑지만은 않은 남편이었다.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다녀가신 후 오히려 정신적으로 피곤해하는 아내를 볼 때엔 더더욱 그랬다.


평일에 방문하시는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문제였다. ‘나는 프로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장착한 분이셨다. 요리 자격증도 있으시고, 남편의 식사까지 챙겨놓고 퇴근하시는 그분에게서는 프로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아내는 처음부터 자신과 조금 맞지 않는 것 같다며 걱정을 내비쳤지만, 이내 본인이 예민할 걸까 의심하며 참고 지내보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 잘 맞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늦었고, 결국 끝까지 참기로 했다. 아내 역시 혹시나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하는 걱정에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했고, 그에 대한 결과로 참아야만 했다.


프로이지만, 꼰대를 만난 것이 문제였다.


아내에게도 아내만의 육아철학이 있을 텐데, 자신이 프로라는 이유로 엄마의 의견을 묵살하는 아주머니 덕분에 퇴근 후 맞이하는 아내의 얼굴에는 피곤함이 묻어나곤 했다. 남편은 충분히 자고, 충분히 쉬어야 할 시점에 그런 표정이 보이는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하지만 아내와 아기의 안위를 책임져주시는 분께 서운한 얘기를 한다는 것은 혹시 모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남편은 말 한마디가 조심스러웠다. 심란한 아내의 마음을 토닥임으로써 남편은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물론 산후도우미 아주머니는 새내기 엄마인 아내에게 가르쳐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육아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언 정도를 해주는 수준에서 대화가 이루어졌다면 아내는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았을까. 문제해결을 뚝딱 해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서 참 안타까운 남편이었다.


다행히 주말 산후도우미 아주머니가 다녀간 후의 아내의 얼굴엔 미소가 번졌다. 주말에는 대학원을 다니는 남편으로 인해 아내는 홀로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했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진행하시는 아주머니 덕분에 아내는 평안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자격증이 없으셔도 요리실력이 중출 하셨고, 무엇보다도 진심으로 우리집 작은인간을 보듬어주셨다. 남편은 독대한 적도 없지만 아내의 표정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분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남편은 출근으로 인해 산후도우미를 독대할 일이 없었기에 산후도우미에 대한 의견을 낼 수 없었다. 아내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짐작을 하고, 대화를 통해 자리를 비운 시간 동안 우리집 작은인간을 둘러싼 하루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남편과 함께하는 출산의 과정이라지만, 정작 남편은 아내의 마음관리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고, 마음에 안 드는 아주머니를 진작에 바꾸자 하지 못한 점을 후회하며 2주를 보냈다.


이후 육아에 지친 아내에게 자유시간이 필요하다 싶어 주말을 담당하신 아주머니께 다시 연락을 드림으로써 남편은 본인의 역할을 보충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필요하다 싶을 때에는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지출은 다른 곳에서 줄이면 되니까. 그렇게 남편은 말 못 하는 남편이 된 채 남편의 출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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