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남편의 배우자 출산휴가

배우자 출산휴가의 목적

by 소소황

아내의 출산 후 남편은 병원과 회사를 오가며 1주일, 산후조리원과 회사를 오가며 2주일, 산후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2주일간 회사를 오갔다. 매번 다른 환경에서의 출퇴근이 반복되니 이전의 일상보다 쉬이 피로감이 몰려왔지만, 퇴근 후 반갑게 맞아주는 아내가 있어 견딜만했다.


남편은 아빠가 된다는 것이 축복받아 마땅한 일임을 주변인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직장 동료들은 축복의 한마디를 빠짐없이 건네주었고, 야근이 따라올 법한 일들에서 아빠가 된 남편을 배제하는 배려를 보여주었다. 하루하루 감사한 일들이 우리집 작은인간 덕분인 듯하여 벌써부터 겨우 눈을 뜨는 이 아기가 대견하게 느껴지는 남편이었다.



배우자 출산휴가. 단어에서도 드러나듯이 배우자의 출산으로 인한, 배우자를 위해 주어지는 남편의 휴가였다. 모든 출산의 과정이 그렇듯이 출산의 주인공은 아내이고, 배우자 출산휴가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남편은 알고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배운 적 없는 남편은 걱정이 앞섰다. 적어도 산후도우미의 지원을 받았던 직전의 2주에 버금가는, 아내의 산후조리와 작은인간의 세상 적응에 보탬이 되는 기간이 되었으면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남편에게는 ‘관성’이 남아있었다. 10년이라는 직장생활이 몸에 배어버린 남편은 회사를 떠나도 업무를 온전히 잊기가 어려웠다. 아내의 출산에 숟가락만 얹은 듯한 남편의 역할을 보충하겠다는 마음은 가슴속에 가득했지만, 과장으로서 맡은 업무를 중단하는 것 또한 부담감이 상당했다. 남편은 결국 홀로 할 수 있는 가벼운 프로젝트를 어깨에 맨 채 현관문을 열었고, 배우자 출산휴가가 끝나갈 때쯤 그 선택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남편이 업어온 프로젝트는 회사의 신규상품을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인 와디즈에 런칭하는 업무였다. 크게 비중이 있는 일이 아니었으므로 신생아가 잘 때 틈틈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시작부터 통잠을 내리 주무시던 효자 덕분에 집안일과 회사업무를 병행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었고, 대학원 수업 사이사이에 못다 한 일을 보충하면 정상출근 수준의 업무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1주일 남짓의 기간을 투자하여 무사히 와디즈 오픈에 성공한 남편은 그 사실을 회사에 알렸고, 성공적으로 남편과 과장의 역할을 수행했음에 자축했다. 하지만 회사의 과장으로서의 의무감이 희미해진 나머지 1주일은 남편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체력이 문제였다. 수시로 갈아줘야 하는 기저귀, 싸고 나면 배고파 보채는 아이를 위한 따뜻한 분유, 배탈이라도 날까 팔팔 끓는 물에 소독하는 젖병, 트림을 하려다 튀어나온 향긋한 토 냄새가 가시지 않은 가제수건 등 남편이 돌봐야 할 존재들은 비단 아기만이 아니었다. 단계별로 진행하는 와디즈 등록까지는 틈틈이 작업하는 것이 가능했으나, 홍보의 단계에 들어서니 짤막하게 주어지는 자투리 시간만으로는 어떠한 전략도, 노력도 투입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남편은 무한히 반복되는 아빠, 그리고 남편의 역할과 과장의 역할을 병행하면서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취침시간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홍보가 없다면 와디즈에 런칭한 프로젝트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었다.


온전히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아이템이 문제였을까. 와디즈 펀딩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배우자 출산휴가 초반에는 직장 노예로서의 열과 성을 다했으나, 출산을 한 남편의 역할을 제대로 인지한 후부터는 남편 본연의 역할에 우선순위를 두었다. 어찌 보면 호기롭게 업무를 어깨에 이고 현관 문턱을 넘었던 남편의 계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계획대로 움직여준 배우자 출산휴가의 첫 1주일은 10년 노예에서 출산을 맞이한 남편으로 전환되는데 걸리는 시간일 뿐이었고, 그 1주일을 일과 육아 모두를 ‘잘 처리한’ 훌륭한 남편이라고 착각했던 남편이었다.


남편은 (잠을) 재우고,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젖병을) 닦고 소독하는 무한루프 속에서 짬짬이 새로운 일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우선은 말려야겠다 결심했다. 국가에서 보장해주는 배우자 출산휴가는 출산을 한 배우자를 위한 남편의 휴가라는 점을 한번 더 강조해주겠다 마음먹었다. 아내와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고작 2주라는 기간을 직장인의 관성에 젖어 허비하지 말라고 출산을 앞둔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었다. 만약 일과 육아를 병행했다면 그건 둘 중 하나를, 혹은 둘 다를 소홀히 했다는 것임을 꼭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육아란 ‘잘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하는 것임을 뒤늦게 깨달은 남편이었다.


다행히 2주 차에 접어든 출산휴가 기간에는 남편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지난 1주일의 과오를 씻겠노라 더욱 열심히 재우고, 갈고, 먹이고, 닦고, 소독한 것은 안비밀. 무한히 반복되는 그 루틴이 자칫 지루하고 지쳐가는 일상이 될 수 있었겠지만, 한 번의 실수를 경험한 남편에게는 더욱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제 겨우 눈을 뜬 새 생명은 참으로 작고 귀하다. 새근거리는 작은 생명체를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누림과 동시에 산후조리가 필요하여 쉬이 지치는 아내를 보조하는 것, 그렇게 총 7주에 걸친 남편의 배우자 출산휴가는 마무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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