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소독왕 남편

남편은 매일 밤 물을 끓였다.

by 소소황

가재수건의 늪에 빠질 거라고 했다. 주부습진은 기본이라고 했다. 그 모든 출산 선배들의 말은 진실이겠으나 기쁨이 기억을 덮은 건지, 아내가 대신해서 늪에 빠진 건지, 남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이 의아했다.


신생아를 돌본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어쩌면 사전에 최악을 대비한 마음 정비가 이뤄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으나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편리함을 꾀한 부부는 예상보다 훨씬 할만 함에 놀랐다.



남편과 아내는 2시간마다 분유 제조를 도맡아주는 자동분유제조기가 있었고, 허전한 새 생명의 입을 놀려줄 쪽쪽이가 있었다. 밤기저귀로 유명한 기저귀를 사용해도 발진이 나지 않아 기저귀 선택에 대한 고민도 없이 한 가지 기저귀만 주야장천 사용했다. 분유를 먹인 후에는 살며시 안아 트림을 시키고, 역류방지쿠션에 아가를 뉘이니 토를 하지도 않았다. 가끔 급히 먹어 트림 중 토를 하더라도 어깨에 남은 아기 토냄새를 보관하고 싶다는 남편이었다. 발진이 없는 축복받은 아이 덕에 남편은 베이비파우더 냄새를 맡을 기회도 없었고, 그래서일까 아기의 토 냄새마저 향긋했다.


다양한 출산용품과 육아용품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남편이 사용하지 않는 딱 한 가지가 있었다. 매일 밤 팔팔 끓는 물로 소독하는 남편으로 인해 젖병보관기로 전락해버린 젖병소독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젖병과 쪽쪽이, 그리고 아기 장난감 등을 젖병보관기에 쌓고, 뿌옇게 변해가는 젖병소독기의 투명창을 보며 뿌듯하게 하루를 마무리하는 남편이었다.


남편은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쉬며 잠든 자그마한 아기가 아프지 않기만을 바랬다. 신체의 성장이 고민이라면 분유를 교체할 수도, 정신의 발달이 걱정된다면 다양한 장난감으로 교감을 시도하겠으나 그건 아기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가 더 잘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남편은 단지 자신의 소흘함으로 인해 아기가 아프지는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매일 밤 잠들기 전 우리집 작은인간의 입에 닿는 모든 것을 팔팔 끓이고야 잠을 청했다.



먹고, 자고, 싸고, 웃고, 울고, 눈 앞에서 돌아가는 모빌만 바라보며 하루를 보내는 아기는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없었다. 때 되면 알아서 챙겨주는 엄마가 있었고, 퇴근 후 집에 오면 분유라도 한번 더 주고 싶어 하는 아빠가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듯한 우리집의 근본적인 원인은 역류방지쿠션에 살포시 누운 작은 아기에게 있었다. 남편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신생아의 아빠로서, 초보엄마의 남편으로서 이 평화를 지켜가야 했다. 그래서 묵묵히 젖병을 삶았다.


출산, 산후조리원, 산후도우미, 배우자 출산휴가를 거친 후 남편의 출산은 매일 밤 소독하는 일과로 지속되었다. 주방용품을 보면 젖병을 소독하기에 적당한가를 검토하게 되고, 아기용품을 볼 때면 팔팔 끓는 물에 넣어도 문제없는지를 판단하기 시작했다. 집 안에 스테인리스 잼팟이 생겼고, 부러질 때까지 박박 문댄 젖병용 수세미는 새 제품으로 교체되었다. 실리콘 재질은 1분 이내로 삶았고, 플라스틱 젖병은 3분가량 팍팍 삶았다. 젖병을 말릴 때는 증기가 물방울로 맺히지 않도록 바로 세워 젖병보관기에 넣고, 통풍 기능을 활용해 말리는 요령도 생겼다. 때때로 젖병을 삶을 때 사용하는 집게와 젖병수세미도 삶아 소독에 만전을 가하는 남편이었다. 시간이 흘러 몸에 익으니 어떤 순서로 어떻게 삶아야 더 빠르게, 교차로 삶고 말릴 수 있는지 체득이 되었고, 몸이 저절로 움직였다. 젖병 소독의 달인이 된 남편이었다.



매일 밤 달이 밝고 별이 빛나는 모두가 잠든 시간, 남편은 젖병과 쪽쪽이, 장난감, 치발기 등을 닦고, 소독하고, 젖병보관기(젖병소독기)에 넣어 통풍을 시킴으로써 조용히 평화로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생각보다 많은 물을 끓여야 하므로 시간이 조금 더디게 흘러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남편에게 소독은 일종의 의무이자 기도였고, 아가와 아내, 우리 가정을 위한 의식이었다.


그리고 수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집 작은인간이 배앓이가 없었음을 자신의 공으로 여기고 있는 남편이었다.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육아용품은 남편의 손을 통해 소독 과정을 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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