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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황 Sep 28. 2021

소변을 보기 위해 대변기로 향했다

시니컬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직장이나 마트 등 집 밖에서의 활동시간이 길어지면 우리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합니다. 내가 이용하려는 그 타이밍에 청소하고 계신 분들을 맞이한 경험,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직 청소할 화장실이 여럿 남아있는지 그분들은 누가 들어오더라도 업무를 중단하지 않습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쉼 없이 업무에 임하시고, 늘 궂은일을 열심히 해주시는 모습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곤 합니다.


뭐라고 부르시나요? 부득이하게 옷의 일부를 해체해야 하는 그곳에서, 바삐  청소일을 하시는 그분들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뭐라고 부르실 것 같나요?


적지 않은 분들이 '여사님'이라고 답변하실 것이라 감히 예상해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마주치는 분들은 주로 나이가 지긋하신 여성청소부이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에 의하면 변기가 막히거나, 어딘가를 수리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화장실에서 일을 하시는 분들은 주로 여사님들이었습니다.


왜 여자만 그런 대접도 못 받는 곳에서 일을 하느냐? 이런 묵직한 주제를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소변을 보러 들어갔지만, 꽉 찬 대변칸이 비워지기를 기다렸던 경험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여성분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네요. 남자 화장실만 소변칸과 대변칸이 나누어져 있으니깐요.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대변칸은 칸막이가 있어 내부가 보이지 않고, 어느 정도의 독립된 공간을 제공합니다. 다만 남성화장실의 소변칸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가간다, 주요 부위를 노출시킨다, 볼일을 본다,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의 프로세스로 볼일을 보는 과정이 종료됩니다.


앉았다 일어날 필요도, 여닫을 문 조차도 없기 때문에 대변칸을 이용할 때보다 훨씬 편리합니다. 자동센서로 인해 물을 내릴 필요도 없습니다. 바지를 입은 채로도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대변칸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진행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공간활용이 효율적이고, 사용시간이 짧습니다. 때문에 주로 여자화장실의 대기줄이 남자화장실의 대기줄보다 천천히 줄어들곤 합니다.


출처 : google 이미지 검색


뻥 뚫린 상황에서 신체의 주요 부위를 노출시켜 볼일을 봐야 하지만 너무나 익숙한 환경이기에 부끄럽다는 느낌은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 뭐가 그리 급한지 소변기를 향해 걸어감과 동시에 볼일 볼 준비를 하는 분들을 뵐 때면 기분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는 찰나는 그 급한 분과 청소 중이시던 여사님의 눈이 마주치던 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측면에서는 가리고 다니는 신체의 일부가 보여질 수 있다는 사실이 싫습니다. 혹시나 노출이 되었을 때, 나는 부끄럽지 않지만 상대방은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싫습니다. 그리고 바삐 일하시는 여사님들의 움직임에 불편함을 안겨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신경 쓰는 것 또한 싫습니다.


급하셨던 그 분과 청소 중이시던 여사님의 눈이 마주치고 정적이 흘렀던  짧은 순간은 제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줬습니다.


그래서 대변칸으로 몸을 돌렸습니다. 최대한 자연스럽게, 마치 원래 대변을 보려 했던 것처럼요. 하필이면 점심시간이라 대기인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줄을 섰습니다. 소변칸은 비어있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용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대변칸의 문을 열었습니다. 잠시지만 묵직했던 그 공기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떠올렸습니다. 굳이 따져보자면 이곳에는 가해자가 없고, 피해자만 여럿이 있다는 사실을요.


일상 속 쉬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인지 못할 날이 더 많겠지만, 그날 만큼은 남자 화장실을 청소하시는 분이 남자였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의 어머니일 수도, 또 누군가의 아내일 수도 있는 여사님들이 가뜩이나 힘든 청소 중에 보고 싶지 않은 장면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별로다 싶었습니다.


소변기로 가려던 발걸음을 대변기로 자연스레(?) 돌렸던 그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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