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출산을 맞이하는 남편
티 나지 않는 마음 걱정
“꼭 자연분만을 해야 하는 것 같지는 않아. 그대가 조금이라도 마음 편한 방법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출산이 두어 달 앞으로 다가왔을 시점부터 아내의 걱정은 시작되었다. 자연분만을 하자니 과연 뱃속의 아이가 나오는 게 가능할지, 엄청난 고통으로 지옥을 맛본다는데 과연 견딜 수 있을지 두려웠다. 제왕절개는 제왕절개대로 수술과 그 후의 회복기간이 힘들다고 하고, 혹여나 수술하다 아이가 다치지는 않을지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다 이내 두려움의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밤마다 남편에게 의견을 물었으나 남편도 뚜렷한 해답은 없었다. 그저 아내의 마음을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말을 찾고 찾았을 뿐이다.
우리 부부의 주치의 선생님은 태아의 머리가 아무리 커도 자연분만이 가능하고, 자연분만이 얼마나 아이와 엄마에게 좋은지 설명하며 자연분만을 전도하셨다. 비단 의사선생님뿐일까, 주변 어른이란 어른들은 모두 자연분만을 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거침없이 주장하셨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의례 한 마디씩을 던졌고, 가뜩이나 심란한 아내의 감정에는 파도가 일었다. 돌은 밖에서 던졌지만, 출렁이는 감정을 다스리는 것은 오롯이 아내의 몫이었다. 남편은 그럴 때마다 주변의 조언들이 부담스러웠다. 겁에 질린 아내를 보는 남편의 마음 또한 편할 리가 없었다.
“꼭 자연분만을 해야 하는 것 같지는 않아. 그대가 조금이라도 마음 편한 방법을 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뻔한 말을 반복했지만, 솔직한 마음이었다. 자연분만도, 제왕절개도 남편은 선택할 수 없었다.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도 크지만, 내 아내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또한 그에 못지않게 컸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덜 아플지, 덜 위험할지 알 수 없는 남편이 할 수 있는 일은 딱 한 가지였다. 지금 당장 내 아내의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것. 아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지 지지해주고, 주변에서 딴소리 못하도록 미리 손을 써 놓는 것. 그래서 지인들, 특히 부모님에게 부담 주는 말을 하지 말자고 아내 몰래 말하고 다녔다. '내가 이런 말도 하면 안 되니?' 하는 반응이 돌아왔지만,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하는 부모님은 어느 순간부터 말씀을 삼가셨다.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아내의 선택을 존중해주심에 지금도 감사한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다. 끝까지 자연분만을 전도해준 의사선생님 덕분에 아내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연분만을 선택했지만, 내진을 보신 의사선생님은 결국 자연분만이 어렵겠다고 하셨다. 밤새워 한 고민 끝에 결정한 아내의 자연분만 도전기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고, 자연분만을 하려 해도 할 수 없는 현실과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왜 울어? 덕분에 우리 아찌(태명)는 사주팔자까지 맞춰서 태어날 수 있게 되었는데? 계획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겠다! 축하축하~"
울고 있는 아내를 다독이는 것은 남편의 몫이었다. 아내가 아이에게 미안해할 일이 절대 아니라는 확신이 있었으므로 두려워하는 아내를 달래는 일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었다. 남편 또한 느끼던 두려움을 감춰가며 겁먹은 아내를 달래야 했던 이전의 상황보다는 훨씬 나았다.
아내가 느낀 두려움에는 비할 바가 못되겠지만, 남편 또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아내가, 이 야리야리한 여성이 혹여나 출산과정에 해를 입지는 않을까, 너무나 큰 고통에 뭔가 변화가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상상의 결과물은 결국 두려움으로 다가왔었다. 하지만 남편은 말할 곳이 없었다. 아내가 느끼는 두려움을 달래야 하는 입장에서 같이 무서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직접 겪는 고통이 아니므로 주변에 말해봤자 실없는 사람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혹시나 수술 중에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면 지체 없이 아내를 선택해주세요. 확률로 접근 마시고, 무조건 아내부터 챙겨주세요."
남편의 걱정은 단 한 사람, 주치의 선생님께 전달되었다. 남편도 두렵다. 다만 티가 나기 전에 엄마가 될 아내를 먼저 신경 썼을 뿐이다. 이렇게 철이 들어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