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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Oct 10. 2022

출국하기 전부터 힘이 쑥 빠지네

정신 없이 떠난 남아공

인도양 어딘가에서 본 일출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떠난 날은 2010년 1월 4일이었다. 축구국가대표팀 선수단도 이날 출국하기로 했다. 대표팀 취재는 대부분 대표팀과 일정을 똑같이 맞춘다. 출장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대표팀의 비행 스케줄은 인천-홍콩-요하네스버그였다. 인천에서 3시간여 동안 홍콩으로 이동한 뒤 2시간 정도 대기했다가 요하네스버그로 10여 시간을 이동하는 것이다. 대표팀은 홍콩까지는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하고, 홍콩에서는 캐세이퍼시픽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스케줄은 나를 비롯한 출장 기자들에게 공유가 됐고 똑같이 비행 스케줄을 짜기로 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인천에서 홍콩으로 가는 비행편이 풀 부킹이었다. 새해에 방학 기간이라 비행 수요가 많았고, 홍콩의 쇼핑이 세일 기간이어서 이용객이 평소보다 더 많았다. 그렇다 보니 남아공 이동은 고사하고 홍콩까지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 여행사에서 묘수를 내놨다. 꼭 인천에서 홍콩에 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행사가 제시한 것은 부산이었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캐세이퍼시픽항공의 저비용항공사인 드래곤에어를 타고 홍콩으로 간 다음 남아공으로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스케줄이었다.



일단 가는 것이 중요했기에 출장 기자들 모두 수락했다. 단 홍콩-요하네스버그 구간의 캐세이퍼시픽항공의 좌석이 없어서 남아프리카항공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표팀이 도착하는 것과는 얼마 차이가 나지 않아서 항공 스케줄은 이렇게 확정했다.


갑작스런 폭설은 날 정신 없게 했다


설렘과 긴장을 안고 출장 준비를 했다. 그리고 출국 전날 뉴스를 봤다. 한데 다음날 일기예보에서 중부지방의 폭설을 알렸다.


아… 눈 쌓이는 것은 아니겠지?

말은 씨가 됐다. 출국일 오전에 눈을 떠보니 창밖이 하얀 느낌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밖을 보니 집 앞 골목이 새하얗게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폭설이 내린 것이다. 곧바로 김포공항 국내선 비행기의 이륙 상황을 확인했다. 김해공항에 가야 하기에 비행기를 타고 부산에 가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오후까지 죄다 결항이었다. 서둘러 국내선 예약을 취소하고 부산으로 가는 KTX를 알아봤다. 다행히 좌석에 여유가 있었다. 갈 길이 먼데 집을 나서기 전부터 지쳐버린 순간이었다.


예매의 중요성을 느낀 순간


국내선 비행기 결항 탓인지 서울역은 북적거렸다. 예약한 KTX를 타고 부산역으로 간 뒤 다시 택시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갔다. 서둘러 움직이는 바람에 김해공항에는 출국 시간보다 4시간 정도를 앞두고 도착했다. 그제야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함께 2주의 시간을 보낼 타 사 기자들이 하나둘씩 도착했다. 수속을 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갔다. 탑승 시간까지 2시간 가까이 남아서 게이트 앞 의자에 앉은 뒤 공항 안 편의점에서 사 온 맥주와 소주로 가볍게 소맥을 말았다. 그때 최고참의 한 선배가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만의 조촐한 출정식이다!


유명 화장품 브랜드 매장을 바라보며 소맥을 몇 잔 마시고 불콰한 모습으로 드래곤에어에 탑승한 뒤 홍콩으로 갔다. 김해공항에서 30분 지연 출발을 하는 바람에 홍콩에 도착한 뒤 갈아탈 시간은 채 1시간이 되지 않았다. 홍콩에 도착하면 면세점이라도 잠깐 구경하려고 했던 내 계획은 없던 일이 됐다. 남아공으로 가는 길은 끝까지 힘들게 했다.


요하네스버그 O.R. 탐보 국제공항은 월드컵 분위기로 한창이었다


서둘러 남아프리카항공으로 갈아탄 다음 요하네스버그 O.R. 탐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남아공으로 가는 하늘길에서 일출을 보며 일을 잘하고 오겠다는 나름의 마음 다짐도 곁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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