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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진 Nov 19. 2022

박지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취재하라

박지성에게 모든 신경을 쏟았던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2011 카타르 아시안컵 때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지성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이 임박했다. 사상 첫 중동 지역 월드컵이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중동 지역에서 월드컵이 열린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수많은 국제스포츠대회가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것과 달리 월드컵은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아시아 지역 개최는 2002년 한국과 일본, 아프리카 지역 개최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처음이었다.


카타르는 11년 전인 2011년에 근 한 달간 체류했다. 2011년 1월에 카타르에서 열렸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취재를 위해서였다. 한국이 못해도 4강 이상은 당연히 올라가야 하는 대회이기에 출장 일정을 대표팀의 카타르 도하 입국 날이었던 1월 6일부터 결승전 다음날인 1월 30일까지 길게 잡았다. 


하지만 대표팀은 결승에 오르지 못했고 3위 결정전을 통해 최종 3위로 마치면서 취재 일정은 하루 줄었다. 경기장에서 한창 결승전이 열리고 있을 때 귀국을 위해 공항으로 이동하면서 못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일도 떠오른다.


큰 대회를 처음부터 끝까지 취재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도 그동안 여러 출장 경험이 있다고 천천히 여유 있게 준비했다. 동료들과는 현지에서 특색 있는 기사를 쓰기 위해 회의를 거듭했다. 그리고 나온 결론은 이것이었다.


오늘의 박지성


지금은 손흥민이지만 10여 년 전에는 한국 축구의 중심은 박지성이었다. 해외 취재하러 가면 현지 르포나 취재 후일담 등을 연재하는데, 우리는 박지성이 무엇을 했는지 매일매일 리포트를 하자는 것이었다. 신선한 아이템이었고, 기존의 기사 아이템을 뒤집는 역발상이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대입한다면 ‘오늘의 손흥민’ 같은 뉴스를 매일 생산해서 출고하는 식이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재미있을 아이템이었다. 기사량에 상관없이 가볍게 쓰면 되는 것이었기에 자신감도 생겼다. 물론 나중에는 쓸 것이 없어서 아침마다 ‘오늘의 박지성’으로 무얼 써야 할지 고민하고 함께 출장하러 온 타 사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래도 대단한 것이 도착 첫날부터 귀국하는 날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오늘의 박지성’을 연재했다. 한 선수가 대회에 참가해서 그날그날 무엇을 했는지를 기록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었다. 나 스스로에게도 대견스러웠다. 이 기획 때문에 대회 기간 내내 박지성 코멘트도 받으러 다니기도 했다.



박지성 취재와 관련해서 또 하나가 있었다. 아시안컵이기에 아시아 각국의 수많은 기자가 카타르 도하에 찾았다. 당시 축구 매거진 <포포투>의 한국판 작업도 같이했는데 잡지와 인터넷 뉴스용으로 취재하러 온 타 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박지성에 대한 것이었다.


영어로 된 설문지를 만들었고, 대회 기간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타 국 기자들을 만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여러 기자가 응했는데 특히 일본 출신 기자들이 성심성의껏 작성했다. 박지성이 일본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고 큰 족적을 남긴 뒤 유럽 진출을 했기 때문으로 생각했다. 이때 설문조사에 응했던 일본 기자들과는 이후에도 여러 현장에서 만나 서로 안부를 물으며 친분을 이어갔다. 일부와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기도 했다.



현장에 같이 있던 타 사 동료들도 같은 마음이었겠지만, 내게 카타르 아시안컵은 오로지 박지성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또한 박지성은 한국 미디어들의 시선만 받지 않았다. 아시안컵에 모인 아시아의 모든 미디어가 박지성의 행동 하나하나를 쫓았다.


박지성은 여러 나라 미디어들과 인터뷰하기 바빴다


월드컵과 달리 아시안컵에서는 한국이 우승 후보이기에 타 국 기자들도 취재를 많이 온다. 이 대회 때 한국 훈련이나 경기 취재를 오는 타 국 기자들의 관심 대상은 오로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 중인 박지성’이었다. 박지성이 영어, 일본어에도 능통하기에 훈련, 경기 종료 후에는 항상 인터뷰하기 바빴다.


대회 첫 경기를 앞두고 메인 미디어 센터에서 가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박지성이 박지성 했다. 조광래 감독과 함께 기자회견장에 온 박지성은 여러 나라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는 박지성이 첫 공식 기자회견 전까지 어떠한 인터뷰도 하지 않는다고 공지했다. 그렇기에 한국 미디어와의 인터뷰 자리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러나 여러 나라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한국 기자들이 질문할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그 모습에서 자랑스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기자회견의 주인공도 박지성


대회 관계자나 경기를 즐기는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미디어 셔틀버스를 운행하던 인도 출신의 운전기사는 내게 박지성을 물어보기도 했다.


빠르크 왔냐?
빠르크? 빠르크가 뭐냐?
빠르크 말이다!
빠르크?
이 친구가 지숭 파르크 물어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 지성 팍!
그래! 빠르크!
지금 여기에 왔다


박지성으로 시작해 박지성으로 끝난 카타르 아시안컵이었다. 그리고 카타르에서의 한 달은 1월 6일 도착 직후 터진 쇼킹한 사건으로 정신없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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