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행동은 충분한가?

서번트 리더십 이후의 질문

by 크네이트

16. 행동은 충분한가? ― 서번트 리더십 이후의 질문

1. 우리는 무엇을 해왔는가 ― 서번트 리더십의 회복 실천

지속적으로 하는 말이지만 이 책은 한 가지 질문에서 시작했다.


“직원은 왜 조직에서 감정적으로 멀어지고,

유지적 몰입 상태에 머무르게 되는가?”


그 해답은 조직 내 반복되는 불공정성의 경험과, 그에 따라 조직에 대한 몰입의 질이 점차 낮아지는 흐름 속에 있었다.


"정서적 몰입 → 규범적 몰입 → 유지적 몰입"

(표면적으로는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떠나 있는 상태이다)


그 유지적 몰입이 깊어질수록, 직원은 표면적으로는 조직에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떠나 있는 사람, 즉 우리가 말하는 ‘심리적 사직자’의 상태로 이행하게 된다.

이 흐름은 누군가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조직이 구성원의 감정과 의미를 지지하지 못한 구조적 한계의 결과였다.

이에 대한 첫 번째 실천적 해답으로, 우리는 서번트 리더십을 살펴보았다.

서번트 리더는 감정을 다룰 줄 아는 리더였다. 자신의 철학을 말로 설득하기보다는, 행동으로 관계를 회복하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10가지 실천 원칙을 통해 그것이 철학도, 이론도, 전략도 될 수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한 사람의 반복된 행동이 어떻게 팀의 분위기, 조직의 문화, 구조적 제도로 전환될 수 있는가를 추적해왔다.


2. 그러나 여전히 남는 질문 ― 리더십만으로 충분한가?

그러나 한 가지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좋은 리더가 떠난 후에도, 그 문화는 유지될 수 있는가?”

우리는 그것이 어렵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분 있을 땐 좋았는데…”로 시작하는 회고는 늘 존재한다.


그 문화가 조직의 습관으로 남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리더십이 한 사람의 감정과 태도에 머물렀을 때 벌어지는 한계다. 아무리 훌륭한 행동도, 그것이 개인의 신념에 머물면 소진되고, 구조화되지 않은 관계는 지속되지 않는다.

우리는 제도화 이론을 통해, 반복된 행동이 문화가 되고, 문화가 예측 가능한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서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구조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는가?”

“무엇을 설계해야 리더 바뀌어도 좋은 행동이 지속될 수 있는가?”


3. 구조는 어디에 있는가 ― 일, 감정, 유지적 몰입의 현장

조직 안에서 구성원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 가장 많은 정서적 반응을 경험하는 공간, 가장 반복적으로 좌절하거나 성취를 느끼는 공간은 어디인가?


바로 ‘일(Job)’이다.


회의 시간의 경청도, 팀장의 피드백도, 정서적 회복도 결국은 ‘일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진다.


리더십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라면,

직무설계는 ‘어떤 구조 속에서 일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즉, 감정은 관계에서 회복된다. 그러나 관계는, 결국 ‘일’이 만들어 낸다. 과도한 업무량, 통제된 흐름, 무의미한 반복 작업 속에서는 아무리 좋은 리더도 감정을 회복시키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이 유지적 몰입에 머무르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인이 바로 ‘일의 구조’라는 점이다. 일은 반복되지만 의미가 없고, 성과는 요구되지만 자율성은 없을 때, 직원은 점점 남아 있기 위한 조건부 몰입으로 이동하게 된다.


좋은 리더십이 뿌리내릴 수 있으려면,

그 토양은 ‘일의 구조’여야 한다.


4. 리더십은 씨앗, 구조는 토양이다 ― 회복 이후의 다음 과제

4.1 관계는 회복되었지만, 감정은 다시 소모되기 시작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어요.

들어주고, 기다려주고, 공감하고…

그런데 어느 순간, 팀이 다시 조용해지더라고요.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어요.”


한 서번트 리더의 말이다.

그는 구성원의 감정을 이해했고, 그들과 신뢰를 쌓았다.

팀은 회복되었고, 분위기도 좋아졌지만,

몇 달이 지나자 다시 팀원들의 표정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왜일까?


우리는 앞서 말했다. 좋은 리더십이 뿌리내리려면, 그 토양은 ‘일의 구조’여야 한다고. 감정은 관계에서 회복된다. 하지만 그 관계가 유지되려면, 사람들이 함께 움직이는 ‘일의 방식’이 회복적이어야 한다.


어떤 팀은 그랬다.

서번트 리더의 배려와 공감, 경청은 구성원의 감정을 회복시켰다. 팀은 살아났고, 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다시 지쳐가기 시작했다.

리더는 변하지 않았는데도, 분위기는 다시 침묵으로 돌아갔다.


4.2 문제는 리더가 아니라, ‘일(Job)’이었다

“문제는 리더가 아니라, ‘잘못된 직무 설계’였다.

그 일은 이미 처음부터 루틴화된 반복을 전제로 만들어졌고, 수행자는 누구든 그 흐름에 적응하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 매일 같은 업무 흐름

∙ 달라질 수 없는 업무 절차

∙ 판단이 필요 없는 기계적인 처리

∙ 시작과 끝이 분리되지 않는 순환 구조


그 일에는 감정이 개입할 틈도, 의미를 부여할 공간도 없었다. 리더가 아무리 따뜻해도, 일의 구조가 정체되어 있다면 몰입은 지속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일이 이미 사람을 ‘이탈하게 만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리더십이 작동하고 있었지만, 감정은 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좋은 리더가 있었지만, 그 감정을 지켜줄 구조는 없었다. 리더십은 회복의 ‘시작’은 될 수 있지만, 그 회복이 ‘유지’되려면 일의 구조가 그것을 지탱해주어야 한다.


4.3 리더십은 ‘어떻게 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직무설계는 ‘어떤 구조 속에서 일하게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제 한 발 더 나아가 이렇게 질문을 바꿔야 한다:


“리더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조직은 어떤 일의 구조를 제공해야 하는가?”로.


직무설계는 이 질문의 가장 직접적인 대답이다. 그것은 단순히 업무를 나누고 분장하는 것이 아니다. 직무설계는 감정을 지탱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작업이다.


서번트 리더십이 회복의 불씨라면,

직무설계는 그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둘러싼 울타리인 것이다.


4.4 구조 설계의 실천 전략: Job Crafting과 i-deals

이제 조직은 구성원의 회복과 몰입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 핵심적인 전략이 Job Crafting과 개별적 근무조건(i-deals)이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직무설계 전략 중에서 하필 Job Crafting과 i-deals일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 두 가지 전략은 모두 ‘감정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직무설계는 일을 ‘분배’하고 ‘효율화’하는 데 집중한다. 그러나 Job Crafting과 i-deals는 일을 ‘다시 의미화’하고, ‘다시 내 것’으로 느끼게 한다. 즉, 감정의 언어로 일과 관계를 재설정하는 방식이다.


Job Crafting은 구성원이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재해석하고, 역할을 조정하며, 일을 통해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단순한 일의 변화가 아니라, 일을 통한 정체성 회복이다.

i-deals는 구성원의 고유한 삶의 리듬과 필요를 반영해 조직이 개인과 협의하여 조건을 조정하는 전략이다. 이는 일방적 배려가 아니라, 존중에 기반한 합의다.

이 두 전략은 조직이 구성원에게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당신을 고려하고 있다’고 증명하는 방식이다.그 결과, 구성원은 ‘머무는 이유’를 단순히 생계나 책임이 아니라, 존중과 연결감에서 찾게 된다.

이러한 전략은 구성원이 ‘스스로’ 자신의 일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되찾는 과정이다. 하지만 그 스스로의 힘이 작동하려면, 먼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서번트 리더의 경청, 공감, 존중은 바로 그 환경의 출발점이다.

Job Crafting과 i-deals는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변화하는 방식이지만,

그것이 가능해지려면 리더가 먼저 권한을 내려놓고, 공간을 열어주어야 한다.

회복은 시혜가 아니다. 몰입은 동기 이전에 환경이다. 그리고 그 환경은, 리더의 태도와 조직의 구조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시스템이다.

이제 우리는 다음 장에서, 이러한 구조적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직무설계의 구체적 틀과 방법론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리더십의 회복적 실천이 일의 구조 속에서 지속될 수 있으려면, 감정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서번트 리더가 심은 회복의 씨앗이 자라나기 위해, 그 씨앗이 뿌리내릴 수 있는 구조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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