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유행인가? 진단이 늘어난 진짜 이유

'신경다양성'과 '나 사용 설명서'

by 채성준


"요즘은 뭐 다 ADHD래."
"이거 그냥 패션 우울증처럼 유행 아니야?"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서 성인 ADHD 진단이 급증하면서 심심찮게 들리는 말들입니다.


미디어, 유튜브, 서점가까지 ADHD 이야기가 넘쳐나다 보니,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마치 일시적인 '트렌드'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ADHD는 결코 '유행'이 아닙니다.


갑자기 전염병처럼 ADHD 바이러스가 퍼진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유독 지금, ADHD 환자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까요?



오늘은 이 현상 뒤에 숨겨진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인정과,

그동안 이름 없이 고통받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ADHD를 진단받기 이전, 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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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져 있던 사람들: 소녀, 여성, 그리고 '조용한 ADHD'


"최근 진단이 늘어난 것은 신경다양성이 뒤늦게 제대로 인정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며, 이는 역사적으로 간과된 소녀·여성·유색인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신경다양한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다."
(Charlotte Hill, Ph.D.)



과거에 ADHD는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는 남자 어린이'의 전유물로 여겨졌습니다.

이 좁은 진단 기준 때문에, 겉으로 티 나지 않는 수많은 사람이 진단에서 배제되었습니다.


- 수업 시간에 얌전히 앉아 있지만 머릿속은 우주를 여행하던 '조용한 ADHD(부주의형)' 소녀들.

-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필사적으로 평범한 척 연기하며 버텨온 '가면 쓴(Masking)' 성인들.


이들은 학창 시절 내내 '문제아'가 아닌 '좀 엉뚱한 아이', '덜렁거리는 아이'로 불리며,

치료의 기회를 놓친 채 성인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진단 증가는 갑자기 환자가 생긴 것이 아니라,

"이제야 이들이 '의료 시스템'과 '사회 제도'라는 레이더망에 포착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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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성격'이 아니라 '뇌의 특성'이었습니다


진단을 받기 전까지, 많은 성인 ADHD 당사자들은 자신을 혐오하며 살아옵니다.


스스로 이런 말을 되내입니다.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박약할까?"

"남들은 다 하는 걸 왜 나만 못 참을까?"

"나는 구제 불능의 게으름뱅이야."


그동안 이들에게 붙여진 라벨은 '게으름', '산만함', '감정 기복', '성격 파탄'과 같은 도덕적 비난이었습니다.

하지만 진단은 이 모든 고통에 대한 과학적인 '이름'을 부여해 주었습니다.


이것은 당신의 인격 문제가 아니라, 전두엽의 도파민 조절 기능의 차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게으른 죄인'에서 '도파민이 필요한 뇌를 가진 사람'으로, 자기 인식의 프레임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이들에게 진단은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평생을 괴롭혀온 죄책감으로부터의 '해방'이자,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설명서'를 비로소 손에 쥐게 된 사건입니다.




'신경다양성':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ADHD를 단순히 '고쳐야 할 질병'을 넘어,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신경다양성은 뇌의 신경학적 차이를 생물학적 다양성으로 인정하자는 개념입니다.

키가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있듯, 뇌의 작동 방식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ADHD의 뇌는 정리 정돈과 반복 업무에는 취약할 수 있지만,

반대로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창의적인 아이디어 연결,

좋아하는 분야에 대한 폭발적인 몰입력(Hyperfocus) 등 고유한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진단 증가는 우리 사회가 "모두가 똑같은 규격의 뇌를 가져야 한다"는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름을 가진 사람들도 그 자체로 기능하며 살 권리가 있다" 는 것을 인정해 나가는 과도기적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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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설명서의 한 챕터'일 뿐


ADHD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당신의 모든 정체성이 'ADHD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경을 썼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경'이라고 부르지 않듯,

ADHD는 당신을 구성하는 수만 가지 특성 중 하나,

당신을 설명하는 두꺼운 인생 설명서의 '한 챕터'일 뿐입니다.


'유행' 또는 '장애'라는 말에 위축되지 마세요.

당신은 이제야 잃어버렸던 당신의 이름을 되찾은 것입니다.


그 이름을 가지고, 이제 남들과 비교하는 삶이 아닌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나가면 됩니다.



혹시 ADHD이신가요? 특이한 사람이신가요?

나를 괴롭히던 단점 하나를 떠올리고,
그것을 성격이 아닌 '뇌의 특성'으로 바꿔서 말해보세요.

ex. "나는 게으른 게 아니라, 시동 거는 데 도파민이 더 필요한 사람이야.

(채성준 ADHD 코치)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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