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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딧은 재테크 회사가 아니다

P2P금융산업의 본질과 존재의 이유

사실 틀린말은 아니다. 렌딧은 새로운 재테크 회사이기도 하다. 지난 5년 여 간 약 2,240억의 투자금을 모집했으며, 렌딧 투자자들의 평균 투자수익률은 세전 7% 초반대다. 세전 7% 초반대의 수익률은 연계대출채권의 부실률을 모두 제외한 수익률이니, 최근 수 년 간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 속에서 주목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발전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렌딧이 재테크 회사'라는 말은 렌딧의 1/2만을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렌딧은 중금리의 개인신용대출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대출 회사이기도 하다. 지난 5년 여 간 약 2,240억원의 중금리대출이 집행되었으며, 그간 렌딧에서 중금리대출을 받아 대출자들이 아낀 이자가 벌써 약 120억원을 넘어서고 있다.  


위의 두 문단에서 중요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렌딧이 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금액과 대출자들에 집행한 대출금액이 2,240억원으로 동일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간과하고 있는 P2P금융의 중요한 특징은 바로 이 점이다. 


P2P금융은 대출 서비스 따로 투자 서비스 따로가 아니다.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온라인 플랫폼 상에서 연계하는 기술 기반의 금융 서비스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언론 기사 등에서는 대부분 대출과 투자를 따로 다루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출 고객의 경우 서비스의 특성 상 공개적인 리뷰가 나오기 쉽지 않다보니, 공개되어 있는 대부분의 사용자 리뷰 역시 투자 서비스 쪽에 치우쳐져 있다.  


세계 최초의 P2P금융서비스인 조파(zopa) 홈페이지에서 밝히고 있는 조파가 탄생한 배경. 대출자와 투자자를 연계하는 새로운 금융이라는 점을 명확히 정의하고 있다.


2005년에 영국에서 시작된 P2P금융산업은 탄생의 이유를 ‘중금리대출이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신용도에 맞게 합리적으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대출 서비스가 바로 P2P금융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신용이 좋은 대출자들은 은행에서 저금리 대출을 받고, 그렇지 못한 대출자들은 고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하는 이분화된 대출 시장을 혁신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분석이나 머신러닝 등이 적용된 정교하고 새로운 신용평가모형 개발이 필수적이었다.  이 때 자금을 보유한 개인이나 법인들이 기존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대출자들에게 자금을 투자할 수 있도록 개발된 온라인 플랫폼이 바로 P2P금융 서비스다.  


그러나 국내에서 P2P금융산업이 빠르게 발전해 온 지난 5년 여 간, 한국의 P2P금융산업은 전세계 P2P금융산업의 발전 양상과 크게 다른 모습으로 발전해 왔다. 


표1. 출처 : 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


<표1>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산하의 ‘케임브리지 대체금융 연구소(CCAF : Cambridge Centre for Alternative Finance)가 올 4월에 발간한 ‘세계대체금융시장 벤치마크 리포트( The Blobal Alternative Finance Market Benchmarking Report)’ 에서 발췌한 ‘전세계 P2P금융의 대출자산별 규모' 그래프이다. 그래프 항목에는 P2P금융 외에 기부형/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 포함되어 있어, P2P금융 해당하는 자산에 민트색 박스로 표시했다. 


이 그래프에서 매우 명확히 알 수 있듯, 전세계 P2P금융산업의 핵심은 개인신용대출(Consumer Lending) 분야다. 뒤를 이어 사업자대출(Business Lending)이 꽤 큰 포션을 차지하고 있으며, 부동산 관련 대출(Property Lending)의 경우 매우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P2P금융이 주로 개인이나 중소상공인들의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의 경우는 많이 다르다. 

표2. 출처: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 2019.11.07


표2는 지난해 11월에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안전한 P2P투자를 위한 투자자 유의사항' 에서 발췌한 국내 P2P대출의 상품 유형별 잔액 및 추이다. 표에서 알 수 있듯 국내의 P2P금융산업은 중금리대출 활성화와는 상관이 없는 부동산 PF와 부동산 담보대출, 동산 담보대출 등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기술 기반의 신용평가모형 개발보다는 해당 자산에 대한 감정평가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보다 중요한 분야들이다. 때문에 창업 초반에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집중적으로 필요한 개인신용대출 보다 기술 기반을 갖추지 않은 회사들이 비교적 쉽게 산업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P2P금융업법)>의 제정과 시행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온투법에서는 P2P금융을 바르게 정의하고, P2P금융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인적, 물적, 기술적 자원을 규정하고 있는 한편, P2P금융기업의 본질적인 업무들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이란 온라인플랫폼을 통하여 특정 차입자에게 자금을 제공할 목적으로 투자한 투자자의 자금을 투자자가 지정한 해당 차입자에게 대출하고 그 연계대출에 따른 원리금수취권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서 명시하고 있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의 정의다. 법 조문을 통해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이 ‘대출과 투자가 연계된 새로운 금융’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정의해 밝히고 있다. 


한국의 P2P금융산업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온투법 제정과 함께 그동안 올바른 방향으로 자리잡지 못한 P2P금융산업이 새롭게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2P금융산업의 본질과 존재의 이유가 강력하게 자리 잡아야만 산업이 바로 서고 시장이 건전하게 성장할 수 있다. 무엇보다 바로 이 점이 가장 근본적으로 P2P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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