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8월 말 이탈리아에 대한 기억 중 하나는 ‘무더위’였다. 평소 땀이 많고,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한국의 습한 무더위는 딱 질색이다. 그러나 한국과 달리 건조한 날씨의 서유럽 여름은 땀이 잘 나지 않았기에 나에게 굉장히 상쾌했다. 그건 이탈리아는 예외였다.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에서 이탈리아의 태양은 건조한 날씨 마저도 초월한 무더위로 땀나게 했다.
그것뿐인가. 성수기가 괜히 성수기가 아니다. 어디를 가던지 입장하려면 기본 30분씩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고, 숙소 가격도 비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쌀뿐더러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구하기도 쉽지가 않다. 더워서 옷을 얇게 입으면 가톨릭의 성지인 이탈리아에서는 주요한 성당에는 입장도 못하고, 지갑이나 휴대폰을 옷 안에 숨기기에는 어려움이 많아 소매치기범들의 주요 타깃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여름 성수기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관광객이 끊이질 않는 이유도 분명 있다. 이탈리아의 여름은 비가 오지 않기에 언제나 맑은 하늘을 유지하고 있어서 사진을 어디서, 어떻게 찍든 파란 하늘이 담겨 예쁘게 나온다. 아침 해는 부지런하고 저녁노을은 게을러서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진다. 여름옷은 얇기 때문에 짐 부피가 적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서양 누나들의 자유로운 패션은 남녀노소 불구하고 한 번씩은 더 쳐다보게 만들고 석상만 보고 지친 눈을 호강하게 만든다.
아마 겨울 이탈리아는 여름 이탈리아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의 정반대이지 않을까. 옷을 두껍게 입어서 소매치기를 당할 위험은 덜 하겠지만 짐 부피는 커질 것이고, 관광지 입장을 하기 위한 대기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관광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겨울 이탈리아를 가보지 못한 나의 추측일 뿐이다.
이번 이탈리아 여행 목적 중 하나. 겨울 이탈리아를 맛보는 것. 이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