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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준 Apr 19. 2016

로마에 도착하다.

[Roma 1-1] 로마 테르미니 역

로마의 이미지

 로마. 전 세계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도시 중 하나다. 로마라는 도시 그 자체가 2천 년 전부터 고대 로마 제국에서 중세, 르네상스 시대까지를 아우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이기 때문이다. 또한, 교황이 통치하는 전 세계 가톨릭 교회의 본부인 바티칸 시국과 그 안에 성 베드로 대성당이 자리 잡고 있어서 매 해 관광객들이 자석처럼 끌려 들어온다.


 그런 로마에 대한 사람들의 이미지는 어떨까? 아마 처음 유럽 여행을 오는 관광객에게 로마는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는 소매치기 피해 사례가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진 도시들이다. 주변 지인들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피해 사례들까지 로마에 그렇게 많은 집시들과 소매치기범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긴장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실제로 2013년 여름 로마 여행 당시 내 옆에 있었던 정석이는 카메라를 도둑맞았었고, 지금까지도 우리가 만날 때마다 이 일이 회자되곤 한다. 소매치기에 대해서는 개인이 가장 신경 쓰고 조심해야 할 부분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이런 이미지 개선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아쉽긴 하다.


로마 테르미니 기차역


 로마 테르미니(Termini) 기차역에 내려 역 플랫폼을 들어서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이 긴장 상태에 빠져들게 된다. 어서 빨리 숙소로 가서 이 귀찮은 짐들을 풀기 위해 기차역에서 제공하는 무료 와이파이를 잡으면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3명 중 1명 꼴로 한국인이 지나가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플랫폼에 서서 맥도널드 간판이 보이는 방향으로 나가는 순간 다시 한 번 긴장 상태로 들어선다. 그 입구에서부터 낯선 외국인들이 로마에 도착한 관광객에게 말을 걸려는 분위기를 풍기면서 서성거리고 있다.


 예전이었으면 역에서 서성거리는 집시들이 귀찮고 끈질기게 말을 걸었지만 이번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작년 2015년 11월 파리에서 테러가 난 이후 테러범들이 공개적으로 다음 타깃으로 로마로 잡았다. 그래서 그 많던 집시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장한 이탈리아 군인들이 의심의 눈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쳐다보고 있다. 그러니 까딱 잘못해서 추방당하지 않기 위해 많은 집시들이 그들의 아지트에서 자리를 옮긴 듯하다. 테러의 위험을 받고 있는 로마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집시들의 위험으로부터 좀 더 안전해진 것이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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