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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성준 Jun 14. 2020

용인 주유소의 1,000원 세차

7만원 주유시 세차 1,000원으로 세차장에 찾는 차 하루 30-40대에서 200대로

문닫는 주유소들이 늘고 있다. 땅값은 계속 올라가고 주유소 경쟁은 치열한데다 최저임금 인상, 셀프 주유소 증가로 가격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묻을 닫는 주유소들이 많다. 이들 중 새로운 가격 전략으로 성과를 내는 주유소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보통 주유소들은 휘발류 가격으로만 승부한다. 오는 차량이 많을 수록 매출이 늘어나니 오직 찾아오는 고객을 늘리기 위한 경쟁을 한다. 이 주유소는 오는 고객에게 더 많이 팔 수 있는 업셀링 전략으로 세차장 이용 가격을 조정했다. 

7만원 이상 주유시 세차 요금이 단돈 천원! 이 바람에 세차장을 찾는 손님이 하루 30-40대에서 200대 이상으로 늘었다고 한다. 이미 확보된 고객들에게 어차피 넣는 기름 조금만 더 넣도록 유도해서 매출을 5만월 넣던 고객에게서 40% 더 넣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천원 세차를 하면 엄청 할인이 되었다고 홍보를 하니 이 주유소는 고객의 머리 속에 '천원 세차 주유소'로 포지셔닝이 된다.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이 주유소의 전략에 무릅을 탁 쳤다. 세차 요금을 보면 7만원 세차하면 6,000원이 할인된다. 뭐 카드사 리터당 50원 할인이니 해도 2000원이 안되는데, 무려 6,000원 할인? 하루 3-4명 고객은 아무리 넣어도 탱크가 다 차서 6만9000원 밖에 안들어 간다고 천원세차 해달라고 실랭이를 벌인다고 한다. 

사실 세차장을 1천에 이용하면 물값도 안나올 수 있다. 하지만 기름을 더 많이 넣도록 하여 기름에서 최대한 이윤을 남기고 오래되어 경쟁력을 잃어가는 세차기 기계를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바꾸었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이 세차 가격 전략은 맞은편 새로 주유소가 오픈을 하며 가격 경쟁이 치열해져 살아남기 위해 고안한 것이라고 한다. 똑같이 휘발류 가격으로 경쟁하기에는 주유소 설비가 낡았고 차별점을 갖기 힘들었다. 같은 돈이라면 이왕이면 더 좋은 새 새차장에서 세차하겠지만, 천원이라면 먹구름이 끼어 곧 비가 올 것 같은 날에도 세차를 하게 된다. 내가 딱 그랬다. 세차하고 났더니 곧 비가 왔다. 그래도 룰루랄라. 경쟁의 구도를 바꾸는 가격 전략, 어떻게 보면 뭐 그 몇천원 세차 할인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그 몇 천원에 세차까지 하는 수요가 5배 이상 늘었다면 놀라운 일이 아니겠는가? 사실 사업에서 가장 쉽게 수익성을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 있는 전략 중 하나가 가격 전략이다. 문제는 어떤 가격 전략이 정말 매출과 수익성을 얼마나 증대시킬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새로운 가격 전략 시도 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단 여러가지 가격 전략을 도입해보고 실험해보는 것이 좋은데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시도해보기엔 쉽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용인 주유소의 세차 가격 실험은 참신하며 성과가 드라마틱하여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다. 자신의 강점 단점을 잘 살펴 새로운 가격 전략 한번 시도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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