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부진 학생에게 찾아온 '터닝 포인트'
공부 못하는 아이를 요즘은 '학습 부진 학생'이라고 부른다. 학교는 공부를 하러 오는 곳이기 때문에 개별 학생의 학업 성취를 일정 부분 유지해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은 3월에 진단평가를 보게 되고, 담임교사는 어떤 학생들이 학습 부진 학생인지 알게 된다.
3월에 우리 반 아이들도 진단평가를 보았다. 그 시험에서 우리 반 2명이 52점 미만이 되어 학습 부진 학생이 되었다. 이 중에 A라는 학생은 40점을 받았다. 그 학생은 평소 수학에 대해 엄청 자신감이 없었다. 자신의 진단 평가 결과를 보고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수학 시간만 되면 너무 싫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수학 2,3단원을 통합해서 시험을 보았다. 그런데 A학생 시험지를 채점했는데 97.5점이었다.(우리 반 평균 78점) 채점하고 내 눈을 의심했다. 채점을 잘못한 줄 알았다. 그래서 다시 채점을 했는데도 그렇다. 처음에는 이 학생을 의심했다. 옆에 짝꿍 것을 보았나? 그래서 옆에 짝꿍 점수를 봤는데 88점이다. 컨닝한 것 같지는 않다. 실로 놀라웠다.
다음 날, 채점한 시험지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때 A학생의 점수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며 엄청난 칭찬을 해 주었다. 농담 삼아 "옆에 친구 것 빼긴 것 아냐?" 그랬더니 억울하다는 듯 아니란다. 나는 비결을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하기도 했고, 몇 개 찍었는데 맞은 것도 있단다. 근데 찍는다고 40점이었던 아이가 97.5점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무언가 열심히 한 것도 있고, 찍은 게 맞은 것도 있을 것이다.
이거 가지고 이 학생이 수학 부진에서 탈출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나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평소 수학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고, 학습된 무기력이 가득한 이 친구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자신감을 얻기를 기대했다. 그래서 나는 이후 수학 시간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격려를 해 주었다. 이 아이의 수업 태도가 예전보다 좋아진 것 같다.
이 학생이 6학년을 끝날 때에는 학습 부진 학생에서 벗어날지는 모르겠다. 그냥 우연히 점수가 오른 것일지도 모른다. 다음 시험 점수는 다시 50점일수도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을 계기로 무언가 달라지는 '터닝 포인트'가 되면 좋겠다. 사람에게는 무언가 긍정적으로 변화되는 계기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나는 이번 2,3단원의 평가 결과가 이 학생에게 터닝 포인트가 되길 소망한다. 그걸 바탕으로 중학교 가서는 수학 시간에 좌절하지 않는 아이가 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