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열린 작은 음악회를 보며...
지난 수요일(2018년 5월 30일) 아침 등교시간에 우리 학교 선생님들 6분이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정말 자발적으로 연 것이다. 내가 가장 놀란 부분은 멀티미디어실에 있는 피아노를 운반한 것이다. 그 무거운 피아노를 옮겨 놓다니! 이 분들이 '작은 음악회'를 연 것은 우리 학교에서 막 시작한 오케스트라를 홍보하는 것도 있고, 학생들에게 음악을 향유하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다.
이 음악회를 주도한 선생님은 우리 학교에 처음 발령받은 4년 차 선생님이다. 이 선생님은 음악에 대단한 열정을 가지고 계신데, 우리 학교에 오케스트라를 만들겠다고 소매를 걷어붙이셨다. 먼저 음악에 관심 있는 선생님들을 모았고, 그다음에 구로구청에서 예산을 얻어 학생 오케스트라를 만들었다. 정말 대단하다.
그런데 어떻게 이 선생님이 이렇게 활동을 할 수 있었을까?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이런 사례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할 경우 주변 선생님들에게 '나댄다'라고 눈총을 받는다. 그런데 총 교직경력이 4년밖에 안된 선생님이 어떻게 이런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나는 가장 큰 원인이 '허용적인 교사 문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학교의 교사 문화는 상당히 허용적이다. 교사가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하면 된다. 자기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그냥 하면 되고,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것들은 당연히 교장, 교감 선생님에게 보고 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교장, 교감 선생님에게 보고를 하면 대부분 하라고 하신다. 교장 선생님의 학교 운영 철학은 교사가 하고 싶은 것 있으면 교장이 책임질 테니 해보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포함한 다른 선생님들은 하고 싶은 게 있으면 교장 선생님께 여쭤보고, 하고 있다.
이렇듯 관리자가 허용적이니, 교사 문화도 덩달아 허용적이다. 동학년에서 무엇인가를 할 때도 그렇고, 다른 주변 선생님이 무엇인가를 한다고 했을 때도 다들 괜찮다는 분위기다. 어떤 학교는 주변 교사들이 무언가 한다고 했을 때, 자기들이 비교가 될까 봐 걱정되어 뒤에서 비난을 한다던데 말이다.
덕분에 우리 학교는 자율적으로 하는 것들이 참 많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시키지 않아도 선생님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인다. 그 목록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내가 운영하는 배움 중심 교육 교육공동체: 교사 15명
2. 위에서 이야기한 교사 오케스트라: 교사 6명
3. 교사 독서 동아리: 교사 7명
이 정도 가지고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냐?'라고 비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혁신 학교도 아니고, 연구학교도 아니다. 그냥 일반 학교다. 초빙으로 온 사람이 거의 없는 그런 학교다. 그런 일반 학교에서 교사들이 자기 교실에만 문 닫고 있지 않고 자발적으로 무엇인가 한다는 것은 대단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 위의 3가지 모두 연구부장이 리드하는 건 없다. 연구학교, 교육력 제고와 같은 승진가산점과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 학교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허용적 교사 문화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그 핵심은 교장 선생님이 가지고 있다. 교장 선생님이 이야기한 '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하세요. 책임은 교장이 지겠습니다.' 이 말 한마디가 교사들에게 큰 힘을 주고 있는 것이다.
유아들을 보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한다. 나는 사람들은 다 무엇인가 하고 싶은 자발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교사들도 무엇인가 하고 싶다. 학교에서 관리자는 그 마음을 실현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면 된다. 교장이 책임지겠다는 태도만 있으면 된다. 그런데 관리자 중에 '사고 나면 교사 너 책임!! 나는 하라는 이야기 안 했어.' 이렇게 못 박아 버리니 교사들이 하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긴다. 그리고 이것의 영향으로 동료 교사들도 '튀지 마!! 튀면 내가 손해 보니까!' 이런 하향평준화 문화를 만든다. 그런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정말 멋진 학교 운영 철학을 가진 교장 선생님과 함께 해서 행복하다. 또한,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동료 교사와 함께 해서 행복하다. 우리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지정받은 '혁신 학교'는 아니지만 내 마음속에 우리 학교는 '혁신 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