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놀이에 자본주의가 파고들었을 때...

놀이터에서 베이블레이드를 가지고 노는 아이를 보며

by Key Sung

얼마 전 아들과 함께 놀이터에 갔다. 우리 아들 또래(7~9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서 베이블레이드를 하고 있었다. 베이블레이드는 팽이 놀이 같은 것으로, 3개의 부품을 합치면 팽이가 되고, 그것을 런쳐에 넣고 당기면 팽이가 돌아간다. 팽이 여러 대가 스타디움이라는 경기장에서 돌면서 서로 부딪히면서 상대방 팽이를 버스트(파괴)하면 이기는 게임이다. 단순 팽이라고 하기에는 참 복잡하다. 예전에 내가 했던 팽이는 줄을 감아 돌렸고, 서로 부딪하다가 오래 살아남으면 됐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놀이인 베이블레이드에는 '자본주의'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었다. 이 팽이와 런처는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고 가격이 다양하다. 팽이가 오래 살려면 팽이가 다른 팽이들보다 부품들 간의 결합력이 강해야 한다. 그리고 런쳐를 당기는 힘이 강해야 한다. 그래서 비싼 팽이일수록 결합력이 엄청 강하다. 같이 들어있는 런쳐도 당연히 더 잘된다. 결국 팽이 시합에서 이기는 아이는 비싼 베이블레이드를 구입한 아이들이다. 비싼 베이블레이드를 본 아이들은 바로 부모들에게 더 좋은 것으로 사달라고 조른다. 아이들 놀이에도 이런 경제 논리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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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가 재미있는 건 규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이기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약간의 운이 적용하기도 하지만 노력해서 연습하면 이길 수 있다. 최소한 내가 예전에 했던 놀이들은 그랬다. 팽이 돌리기를 연습하면 보다 더 강하게 돌릴 수 있었다. 줄을 더 세게 감아서 힘차게 돌리는 연습을 하면 되었다. 땅따먹기도 마찬가지였다. 계속하다 보면 몸이 익숙해져서 아직 익숙하지 않은 친구를 이기곤 하였다.

그런데 베이블레이드에는 그런 성격이 없다. 그냥 비싼 것 산 사람이 이긴다. 아이들 놀이에 자본주의가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기쁨을 얻는 게 아니라 좌절을 얻는다. 값싼 베이블레이드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도 비산 베이블레이드를 이길 수가 없다. 마치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재벌 총수의 자녀들은 부모의 많은 돈 덕분에 해외 유학을 하고 낙하산으로 회사에 입사해 호의호식한다. 가난한 자들의 자식들은 '가정 자본'이 빈약한 나머지 여러 가지에서 뒤처지고, 대학교에 가더라도 등록금 때문에 빚을 내고 그 빚을 갚느라 허덕인다.


놀이는 순수해야 한다. 그래야 재미있고 성취감을 느낀다. 약간의 운과 노력으로 승패가 결정 날 때 재밌는 것 아니겠는가? 놀이터까지 파고든 천민자본주의를 보며 이 세태가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놀이가 장난감 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 놀이의 모습이 변화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놀이까지 자본주의가 파고드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순수한 놀이들을 많이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런 놀이를 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게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들에게 내가 알고 있는 많은 놀이들을 알려주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이 알려줄 것이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놀이터나 운동장에서 즐겁게 하면 좋겠다. 또한, 학교에서는 우리 반 아이들, 우리 학교 아이들에게 다양한 놀이를 알려주고 있다. 내가 우리 학교 운동장에 라인풀로 다양한 놀이 경기장을 만드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많은 아이들이 내가 어렸을 때 느꼈던 즐거움보다 더 큰 줄거움을 느끼면 서 생활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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