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도 초등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 넷볼을 지도하고 있다. 만 4년째 지도중이다. 지도해 본 선생님들은 알겠지만 지도하는 과정이 굉장히 힘들다. 때로는 귀찮다. 이걸 지도한다고 해서 나에게 큰 보상이 따라오지도 않는다. 약간의 금전적 보상(서울시교육청에서 지원해 주는 시간당 수당 2만 원, 연 최대 50만 원) 말고는 없다. 학년 부장에 체육 부장 하면서 해야 할 업무가 많은데 넷볼부 지도까지 하려니 시간이 참 없다. 나는 요즘 월수금 점심 20분씩, 화요일 오후 2시간, 목요일 아침 1시간 해서 주당 총 4.5시간(40분 기준)을 지도하고 있다.
더 힘든 건 넷볼부에 참여하는 여학생들과의 감정 소모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넷볼은 농구를 여성들에게 맞게 변형한 뉴스포츠로 여학생들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 남녀 가르고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여학생들만 모아놓고 지도하다 보면 남학생과는 다른 성격의 사건들이 발생한다. 예를 들면, 패스 연습을 하려고 3명씩 짝 지어 보라고 했을 때 친한 애들끼리만 짝을 짓는 모습들이 나온다. 그러면 소외당하는 아이들이 눈 앞에서 보이니 지도하는 입장에서 참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힘든 걸 나는 왜 4년째 하고 있을까? 처음 시작은 호기심 반, 인정 욕구 반이었다. 넷볼이라는 운동을 2012년에 알게 되었는데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한번 지도해볼까?'하는 호기심이 있었고, 서울시에서 몇 팀 참가하지 않으니 입상을 해서 인정 욕구를 얻고 싶었다. 하지만 그 호기심은 1년이면 충분했으며 인정 욕구는 이미 다 채웠다. 2015년 서울시 준우승, 2016,2017년 서울시 3위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우승을 하지는 못했지만 나에게는 우승이나 준우승이나 별 차이가 없다.
그래서 올해 초에 조금 시들했었다. 그런데 올해 지도하다 보니 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씩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너는 힘든데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스포츠클럽 지도를 열심히 하고 있니?'라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런 대답이 나온다.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 그 모습을 보며 엄청 큰 희열을 느낀다."
마치 내가 초등학교 때 '프린세스 메이커 2'라는 게임을 하며 느꼈던 기쁨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넷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공으로 하는 운동이면 질색팔색 하며 싫어하던 여학생들이 지금은 넷볼이 즐겁다며 나에게 연습을 더 하자고 조른다. 3월 중순부터 3개월을 열심히 하다 보니 실력이 많이 좋아졌다. 3월에는 게임 규칙을 잘 몰라 게임을 할 수 없었는데 요새는 내가 심판을 보지 않아도 자기들끼리 시합할 정도가 되었다.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성장한 모습을 보는 것의 기쁨을 아는가? 이 기쁨이 정말 중독성이 있다. 내가 직접 연구해 보지는 않았지만 교사 입장에서 학생들이 나로 인해 성장한 모습을 볼 때 뇌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 같다. 그러니 힘들어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계속 지도하고 있지 않겠는가. 그 기쁨을 느껴본 사람은 그 맛에 중독된다. 그래서 내 주변에 학교스포츠클럽을 몇 년째 열심히 지도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신 것 같다.
오늘도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연습을 하고 왔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아이들은 넷볼 경기에 참여하면서 스포츠에서 배울 수 있는 여러 가치들을 배워간다.
이 아이들이 한 달 후에는 또 얼마나 성장할까? 참 기대된다. 스포츠 세계에서 감독이나 코치에게 어떤 즐거움이 있는지 약간은 알 것 같다. 가르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기쁨, 그 기쁨이 스포츠클럽 지도를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라 생각한다.
전국의 각 학교에서 학교스포츠클럽 지도를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지도하면서 중간중간 나처럼 '내가 왜 이걸 지도하지?'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는 성장한 아이들을 보며 기쁨을 느끼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이든 혼자 하면 힘들다. 함께 해야 더 오래 할 수 있다. 주변에 학교스포츠클럽을 열심히 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생각을 나누어야 한다. 그래야 지칠 때 위로받고 더 힘내서 끝까지 지도할 수 있다. 내일도 즐거운 마음으로 넷볼부 아이들을 만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