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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May 31. 2020

국가 교육과정의 재해석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코로나 사태 속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게 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교육의 끈을 놓치 않는다. 6.25 전쟁 속에서 교육의 끈을 놓치 않기 위해 '천막 교실'을 운영했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는 지금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최근 온라인 수업의 한 복판에서 체육 수업을 운영하며 의문이 하나 생겼다. 대한민국 초・중・고 교육의 기준은 '국가 교육과정'인데, 전시(戰時)에 준하는 상황에서 교육과정을 있는 그대로 따라야 하는가? 교사에 의한 재해석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나는 최근에 온라인 체육 수업을 진행하며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 기존에 학교에서 하던 체육 수업(이하 오프라인 체육 수업)이 온라인 체육 수업에서 잘 구현되지 않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 생각해 보니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오프라인 체육 수업은 여러 학생들이 동시에 참여하는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체육 수업은 가정에서 혼자 해야 한다. 

  둘째, 오프라인 체육 수업은 학교에 있는 다양한 교구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온라인 체육 수업은 각 가정에 다양한 교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교사에 의한 교육과정 재해석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수업을 기획했다. 


  초등학교 체육과 3-4학년군 도전 영역을 보면 '동작 도전'이 나온다. 동작 도전은 쉽게 이야기하면 뜀틀, 앞구르기와 같은 매트 운동, 평균대 활동이다. '체조'라고 생각되는 것을 동작 도전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온라인 체육 수업에서 동작 도전을 할 수 있는가? 각 가정에는 뜀틀과 평균대가 없다. 앞구르기는 이불을 깔고 할 수 있는가? 그런데 그러다가 다치면 어떻하지? 학생의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데 어떻게 혼자 하라고 한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교육과정을 재해석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교육과정을 읽었다. 


  2015 체육과 교육과정에 적힌 동작 도전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동작 도전은 목표한 최상의 동작을 수행하기 위하여 자신의 움직임을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활동이다. 특히 적극성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새롭거나 어려운 동작에 단계적으로 도전하는 긍정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결국 목표로 할 만한 쉽지 않은 '동작'이 있고 그 동작을 완벽하게 수행하기 위해 연습하는 과정이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도전 의식을 기를 수 있으면 된다.  

  그래서 나는 아래 영상처럼 컵을 옮기며 정해진 동작을 바르게 수행하는 동작 도전 수업을 기획하였다. 홈트레이닝과 비슷하기 때문에 '건강 영역'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들이 어려운 해당 동작들을 따라하며 도전 의식을 느끼고, 꾸준히 연습하여 결국 성공하는 성취감을 느끼면 '도전 영역'이라 생각했다. 


2.도전 7차시 - 컵 홈트레이닝 동작 도전, 이거 왜하지? 서 있다가 엎드리며 컵 옮기기 -  https://youtu.be/DDK5-BwCR-g


  이제  글을 마무리 하며 몇 가지 물음을 던지고 싶다. 

 1. 내가 기획한 이 수업은 '동작 도전'에 해당하는가?
 2. 교사가 국가 교육과정을 재해석해도 되는가?
 3. 이 활동의 옳고 그름은 누가 판단하는가? 교육과정을 만든 교수들이 판단하나? 아니면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판단하나?


  국가 교육과정에 대한 의심, 비판적 사고를 하며 근본적인 것에 물음을 던진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게 보지 않는 태도가 '비판적 사고'의 시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관습적인 이 사화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 교사인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성문화 된 법전과 같았던 교육과정이 의심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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