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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ey Sung Jan 17. 2018

디자인 씽킹 교사 워크숍 후기

반성하고 성찰하며 교사 전문성 향상하기

  SAP 최송일 선생님이 운영하는 교사 대상 디자인 씽킹 워크숍에 참여했다. 디자인 씽킹이란 말은 2년 전에 처음 들었는데 그때는 디자이너들이 뭔가 디자인할 때 필요한 기술 같은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들어보니 진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미래교실 네트워크에서 사최수프(사상최대수업프로젝트) 연수를 들었을 때 ‘디자인 씽킹’ 방법이 녹아 있다고 했다. 그때 어느 정도 감을 익혔는데 이번 2일간의 연수를 들으며 참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달았다.



  이 세상은 관습에 의해 움직이는 것들이 참 많다. 내가 속한 교직 사회도 그렇다.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문제의 진짜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하는데 그런 건 없다. 그냥 해오던 대로, 매뉴얼대로 하는 것이 현재의 교직문화다. 디자인 씽킹은 그렇게 문제 접근을 하지 말고 ‘공감’을 통해 정말 문제가 무엇인지 접근해 보자고 한다. 


  ‘공감’ 단계에서는 관련된 사람(persona)을 하나 선정해서 면담을 하는데 그 사람의 욕구(needs)를 파악해 본다. 면담 대상자의 대답에 ‘왜’라는 이유를 물어보며 그 심층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한다. 그러면서 면담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영감을 얻게 된다. 여태까지 문제를 바라보던 시각(frame)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re-frame)을 얻게 된다. 그것이 통찰(insight)이요 무릎을 치는 ‘아하’의 경험이다.


   이런 디자인 씽킹의 통찰을 경험한 사례를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지난가을 우리 학교에서는 한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실내화 주머니 분실과 관련된 문제다. 우리 학교는 서울시 교육청의 정책에 맞춰 전교생이 1층 복도에 실내화 주머니와 실내화를 놓고 다닌다. 그런데 실내화 주머니가 통째로 없어지거나 실내화나 신발이 변기에 처박혀 있는 경우가 발생했다. 해당 학생의 부모가 민원을 제기했고 부장회의에서 그 문제가 다뤄졌다.


  나는 학년 부장 겸 특수 부장이기에 부장회의에 참여해 이 문제에 대한 토의에 참여하였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갔는데 역시나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CCTV를 설치하자는 것과 학생들에게 이런 장난을 치면 혼난다고 엄포를 놓자는 것이었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했다. 일부 장난치는 학생들이 있다는 제보가 있었고 그 학생들을 처벌하여 본보기를 보여주면 이런 사건들이 없어진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문제를 우리 반 아이들과 해결해 보고 싶었고 디자인 씽킹 마인드가 적용된 ‘사최수프’를 적용하여 수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디자인 씽킹의 첫 과정인 ‘공감 인터뷰’를 했는데 정말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영감을 얻었다.  

  학생들의 실내화 주머니가 없어지는 건 고의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실수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1층 복도를 지나가다가 나도 모르게 떨어져 있는 실내화 주머니를 찬 경험이 있는 학생이 의외로 많았다. 나도 모르게 찬 실내화 주머니가 어디에 꽂혀있던 것인지 모르니 그냥 두고 집에 갔다고 한다. 그러면 그 실내화 주머니는 그냥 돌아다니게 되고 주인은 다음 날 아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거기서 더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실내화 주머니가 거기에 왜 떨어져 있었을까? 그랬더니 신발장 한 칸에 실내화 주머니 4개를 넣다 보니 좁아서 실내화를 갈아신으려고 내 것을 빼다가 옆 친구 것이 떨어진 다는 것이다. 그래서 떨어져 있는 실내화 주머니가 많게 되었고, 아이들은 별생각 없이 복도에 떨어진 실내화 주머니를 뻥뻥 찼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문제 정의’가 재구조화(re-framing)되고 있음을 느꼈다. 그 전에는 ‘어떻게 하면 실내화 가지고 장난치는 학생들을 줄일까?’였는데, 공감 인터뷰를 하고 나니 ‘어떻게 하면 실내화 주머니가 떨어지지 않을까?’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랬더니 우리 반 아이가 신발장 한 칸에 4개 넣던 것을 3개로 넣으면 좋지 않겠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렇게 되면 실내화 갈아 신을 때 공간적 여유가 생기고, 옆 친구의 실내화 주머니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 실내화 주머니를 툭툭 차는 일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이야기를 부장회의 때 이야기했고, 그 의견이 반영되어 신발장 한 칸에 3개의 실내화를 놓기로 결정되었다. 그 이후에는 다행히 실내화 주머니를 잃어버렸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사례는 디자인 씽킹이 적용된 일부 사례이다. 디자인 씽킹을 적용하다 보면 정말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더 나아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진다. 그래서 디자인 씽킹을 ‘마인드 셋’이라고 표현하는 것 같다. 단순히 기법으로서의 디자인 씽킹이 아니라 사람의 사고 틀 자체를 바꿔버리는 힘이 디자인 씽킹에 있다. 

  나는 2일 동안 이 연수를 들으며 많은 반성을 하였다. 그중 수업에 대한 반성을 크게 하였다. 수업 복기에 대한 블로깅을 하고 있는데, 학생들의 입장에서 공감을 많이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수업 디자인을 했는데 거기에서 학생들이 이렇게 따라왔으면 좋겠다는 정답이 내 마음속에 미리 있었다. 내 머릿속에 계획한 대로 흘러가기를 기대했고 그렇지 않으면 짜증이 났다. 즉, 나는 수업이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디자인 씽킹의 장점은 ‘빠른 실패’라고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프로토타입으로 바로 실행해보고 실패한 후 수정하고 또다시 실패하고 수정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완벽한 수업을 꿈꾸며 학생들은 내 틀에 가둔 적이 많지 않았는지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다. 


  2일 동안의 연수에서 디자인 씽킹 기법을 배운 것도 좋았지만 학생처럼 실제로 참여해서 디자인 씽킹을 깊게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최고의 전문성은 교사가 학생이 되어서 배울 때 길러진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그런 경험을 하면 학생중심 배움 수업에 대해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연수 덕분에 2018년 3월에 우리 반 학생들과 해보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2018학년도가 설렌다.  

  연수 중간 PT화면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가장 깊게 배우는 방법 2가지”  
1.사람으로부터 배운다.
2.실수로부터 배운다.


  정말 맞는 말이다. 교사인 나도 지금 사람으로부터 배우고, 실수로부터 배우고 있다. 우리 반 학생들이 나한테 이것저것 많이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나는 그런 교사인지 반성하며 끊임없이 전문성을 갖춰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아이들이 실수로부터 배울 수 있도록 교실 분위기를 안전하게 형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패하고 실수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말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안겨준 이 연수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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