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요샌 인스타그램을 서로 맞팔하게 되면 친구가 된(?) 것처럼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친구의 의미가 내가 어렸을 적 말하던 친구의 의미보다 훨씬 더 가볍고 벽이 없어진 느낌이다. 카페에 온 다른 손님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아는 인친은..'으로 시작해서 그 사람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생각해 보면 폴더폰을 사용하고 sns나 인터넷이 빠르게 보급되지 않았을 때에도 우리는 친구가 있었고 sns가 없어도 우린 친구를 만들 수 있었다. 난 그중에도 친구를 잘 못 만드는 편에 속했지만 친구가 있었다.
단순히 나이가 한 살, 두 살 들어가면서 바뀌어가는 것도 있겠지만 쉽게 누군가를 사귈 수 없는 분위기 혹은 생활의 패턴이 되어가기도 한다. 유년시절 그렇게 만들어진 친구들은 모두 절친, 찐친, 부랄친구라는 호칭 등 형제보다 더한 친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얼굴 한 번 보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다. 그 깊이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쨌든 친구인 것 같은 기분이다.
카페를 오픈하면 오픈과 동시에 오시는 포켓몬고 유저 두 분이 계신다. 두 분은 항상 드립 커피를 두 잔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포켓몬 고를 시작한다. 대화 또 한 포켓몬고에 관련된 대화가 주를 이뤘다. 우리 카페 위치가 어떤 포켓몬이 잡히는지 항상 궁금했다. 신기하게도 어렸을 적 우리 어린이들의 세계관을 휩쓸었던 포켓몬스터라는 애니메이션은 몇 십 년을 앞서 현재의 친구라는 개념을 담은 것 같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예전의 포켓몬 도감이었고 얼굴도 모르는 포켓몬스터들은 모두 주인공 지우와 그 밖에 친구들과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르던 몬스터를 만나 알게 되면(지금의 sns 팔로우 같은 느낌이랄까) 비로소 친구가 되는 듯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겼다. 지우는 하루 종일 친구를 찾아 팔로우를 하고 다녔던 거다. 그것도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그것이 좋든 나쁘든 요샌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인스타 맞팔 만으로도 인친이라는 말로 누군가에겐 친구가 될 수 있고 받아주지 않으면 염탐이 되는 재밌는 세상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친구의 정의는 모호해지며 네이버 어학사전이 말하는 친구(1. 가깝게 오랜 사귄 사람. 2.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사람을 낮추거나 친근하게 이르는 말.)이라고만 하기엔 너무나 많은 오류가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