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하기
나는 친구가 많지 않다. 사람에 대한 의심도 많을뿐더러 먼저 연락하며 안부를 묻고 누군가의 생일을 챙기는 것도 잘 하지 못한다. 물론 그렇다고 내 생을 누군가에게 챙김 받거나 바라진 않는다. 그게 꼭 섭섭하거나 슬픈 기분으로 다가온 적도 별로 없다. 그냥 그러는 편이 내 속이 편했다. 물론 친구도 많고 먼저 연락하며 누군가의 생일을 기분 좋게 생겨주는 사람을 보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성향 자체가 반영된 모습들이 지금의 내 모습을 만들고 결국 내가 나 자신을 편한 상황으로 이끌며 지금의 내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문득 받은 재형이 형의 따뜻한 말속에 그동안 지치고 쳐져 있던 내 마음속에 다시금 힘이 나는 걸 느꼈다. 말의 깊이는 내게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설령 마음에도 없는 말이라 해도 누군가에겐 힘이 되고 다시 살아갈 원동력이 되기도 하는 게 말이라 생각했다. 말의 깊이는 그만큼 얕고도 깊다. 서른이 되기 전, 정작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일은 접어두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왔던 일들이 하나 둘 생각났다. 싫은 소리 들으며 한없이 싫기만 했던 날들이 오늘 재형이 형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다시 반복되는 내일을 의미 있게 맞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동안 누군가의 따뜻한 칭찬이 필요했던 것 같다.
언젠가 한혜진이 모 프로그램에 출현해 잘못하는 참가자에게 칭찬은 부모님에게 받으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며 크게 꾸짖었던 기억이 있다. 그 장면을 보며 순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함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게 어떤 불편함인지 그때 당시엔 알아차리지 못해 잊고 지냈었는데. 오늘 형의 따뜻한 말에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부모님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는 어릴 적부터 칭찬과 용기의 말을 들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떨어져 살았던 탓도 있겠지만 표현에 인색하셨던 부모님이었기에 지금에 와서는 모든 부분이 이해가 된다.(부모님이 나쁜 부모님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그래서 더 부모님이 아닌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을 때면 배로 좋은 기분이 드는 건가 싶기도 하다. 성인이 될수록 누군가에게 돈이라는 보상이 포함되지 않은 순수한 칭찬을 받는 일은 점점 더 줄어든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럴수록 목적 없는 누군가에게 나 자신을 흠 잡히지 않기 위해 더더욱 날 가두면서 살게 될 거란 것도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