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작가의 어느 인터뷰 중
저는 30대 초반에 이미 그런 결정을 내렸어요. 아이를 낳지 않겠다. 그러면 내 삶이라는 것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그냥 살아지는 것, 나로서 끝나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럼 세계는 뭐냐? 세계는 우리와는 전혀 관계없이 존재하는 것이죠. 이 세계는 인간의 운명에 아무 관심도 없습니다. 저는 우주에 관한 책을 굉장히 좋아해요. 사이먼 싱의 '빅뱅'이라든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같은 책에 언제나 매료됩니다. 우주에서 신성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그냥 인간이라는 것은 우주의 한 점 먼지에 불과하구나, 이런 생각을 해요. 그것은 휴머니즘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죠. 인간이 뭔가를 할 수 있고 세계도 바꿀 수 있고 그 밖에 어떤 의미 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런 분들이 계신다면 저는 그 반대에 있어요. 저는 인간들이 어리둥절한 채 서로에게 상처를 입히면서 죽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다 결국은 죽어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물론 영생에 대한 여러 가지 관념들이 있지만, 저는 그런 관념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