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드는 생각
그래도 조금은 나아졌나봐
인스타그램을 줄이니 생각도 삶도 조금씩 느려졌다. (의식하고 줄인 건 아니고 질림을 핑계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중, 결혼을 해서인지도 모르지) 원래 페이스를 찾은 걸지도 모르겠다. 시간의 흐름은 상대성인 흐름을 따르지만 개인의 흐름으로 볼 때는 절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러니하지만 그것조차 상대적인 맥락으로 풀이돼야 하지만 흐르는 시간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야 조금씩 무언가를 해볼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이 말은 스스로에게도 너무 질리는 말이기도 하다. 이러다 다시 삶이 빨라질까. 빨라져서 다시 쫓기며 살까. 생각부터 여유가 사라지는 것 같지만 이제야 조금 방향이 보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동안 무작정 실행했던 것들이 하나씩 경주 라인에 맞춰 뛰어야 할 길을 앞을 보고 서있는 기분이다. 속도도 마음도 생각도 삶이 느려지니 보이는 시각도 생각하는 범위도 달라진 걸 공원을 산책하며 느낀다. 두껍기만 하던 약간의 안개가 얕아지고 머릿속에 무겁게 자리 잡았던 똥들은 조금은 비워지는 듯하다. 이대로 다른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제야 삶이 조금은 느려졌다. 이 페이스를 찾기까지를 생각해 보면 속도는 그대로였지만 알아차리지 못하고 서서히 물들어 갔다는 걸 깨닫는다.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내가 변했구나 느끼게 된다. 이제 보니 나는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느린 사람임을 다시 한번 머릿속에 상기한다. 내가 느끼는 주변에 흐름은 변함이 없는데 나 혼자만 이렇게 느리다니 요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데 여간 효율적이지 못한 인간이다. 스스로는 그렇다 치고 아마 따라가지 못하는 속도에 놓치고 지나가는 것들이 많은 삶이 될 것 같아 벌써부터 속이 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