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여행이라니, 낯선 조합이다.
미국 동부 지역을 여행할 때다. 나이아가라 주변을 산책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가족이 있다. 부부와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 그리고 노인 한 분.
네 사람은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여가를 즐기는 듯하지만 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노인은 젊은 부인과 팔짱을 꼭 끼고 다닌다. 딸과 친정어머니인 모양인데 유난히 다정하다. 가만 보니 젊은 부인이 시각장애인이다.
그들 옆에는 부자지간 같은 두 사람이 걷고 있다. 간간이 들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걷자니 젊은 보인과 아저씨가 부부인가 보다. 부인은 완전히 앞을 못 보고 남편은 흐리게나마 사물이 식별되는 모양이다. 시각장애인의 여행이라니, 낯선 조합이다. 나는 주책을 부려 부인에게 다다가 말을 건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아들이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유학 준비를 하던 아들의 친구가 집에 찾아온다. 부부는 아들과 친구의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된다. 친구는 유학을 함께 가자며 아들을 설득하는 중이고, 아들은 "나는 우리 부모님의 보호자다. 떠날 수가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아들의 유학포기 이유가 마음 아팠던 부부는 아들을 불러 엄중히 타이른다. 너는 아직 미성년이고 보호 '받아야'할 때이며, 무엇보다 큰 꿈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이다.
부모의 보호자를 자처하던 아들은 그 후 부모의 떠밀림으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보스턴의 어느 하숙집에서 지내고 있다. 이번 여행은 '학교 방문' 행사에 꼭 와 달라는 아들의 부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다른 부모님도 다 오니까 아버지 어머니도 꼭 오셔야 한다고.
나는 '꿈을 찍는 사진사'가 되어 그들의 가족사진을 찍는다. 행복이 내 안으로 전이된다. '앞 못 보는 사람이 무슨 여행인가' 했던 내 생각은 얼마나 오만한 것이던가. 아들이 혹시 자신들을 부끄러워하지 않을까 염려했던 부부는 아들의 초청으로 기쁨과 감사함에 젖어 있다. 그 아들 훌륭히 자라 부모의 진정한 보호자가 되기를 고대한다.
오래전 소천한 강영우 박사 책 제목이 생각난다. 평생 시각장애인으로 살았던 그분은 "내 눈에는 희망만 보였다"고 했다. 나는 두 눈으로 무엇을 볼 것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