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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진 이성숙 Oct 23. 2024

6. 프라하의 그늘 속에서

가족의 그림자 


6화 로그라인: 프란츠의 어린 시절과 가족 이야기를 통해 그의 성장과 그를 형성한 가치들을 살펴본다.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자라난 그가 어떻게 지금의 내면을 갖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드러낸다.




프란츠 카프카는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프라하 시청의 고위 관료였다. 프라하에서 손꼽히는 영향력 있는 유대인 가문으로서, 헤르만은 가족의 부와 명예를 지키는 데 온 힘을 다했다. 그는 엄격하고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자식들이 그 자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헤르만 카프카는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고 자녀들에게 더 나은 기회를 주기 위해 독일어 교육을 중요시했다. 그리하여 프란츠를 당시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 다니던 독일어 학교에 입학시켰다. 그곳은 지위와 부를 지닌 가족의 자녀들이 모이는 명문 학교였다. 프란츠는 학교에서 철저하게 독일어와 유럽 문화에 대해 배웠고, 프라하에 살고 있지만 체코어 대신 독일어를 쓰는 환경에서 자라게 되었다. 헤르만은 아들의 미래를 위해 독일어 교육이 필수적이라 믿었고, 그를 통해 프란츠가 국제적인 무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프란츠에게 아버지의 기대는 무거운 짐이었다. 헤르만은 아들의 교육에 매우 열정적이었지만, 그 과정에서 프란츠의 감정을 배려하는 데는 소홀했다. 프란츠는 늘 아버지의 높은 기대와 엄격함 속에서 자라야 했다. 헤르만은 아들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가차 없이 질책했고, 프란츠는 그런 아버지 앞에서 늘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어린 프란츠에게 아버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인정받고 싶은 대상이기도 했다. 이중적인 감정은 그의 내면 깊숙이 자리 잡아 그를 갈등과 고뇌 속으로 몰아넣곤 했다.


프란츠의 어머니 유디트 카프카는 교양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는 독서와 음악,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으며, 프란츠에게도 책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주었다. 유디트는 남편과는 달리 아들의 내면을 이해하고, 그가 원하는 것을 존중하려고 노력했다. 프란츠는 어머니와 함께할 때면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늘 프란츠의 방에 책을 두고, 밤마다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그녀의 이야기는 종종 현실의 억압적인 분위기를 벗어나 다른 세계로의 탈출구를 제공해 주었다. 프란츠는 어머니의 다정한 목소리와 그 이야기들이 주는 위안을 통해 자신의 상상력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유디트도 남편의 강한 성격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 했다. 가정 내에서는 언제나 헤르만의 목소리가 가장 컸고, 그의 결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유디트는 남편의 교육 방침에 반대하지 않았고, 프란츠가 법률학교에 진학하도록  동의했다. 프란츠는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프라하의 법률학교에 입학하게 되었고, 졸업 후 변호사가 되었다. 그러나 법률은 프란츠가 진정으로 원했던 길이 아니었다. 그는 법학을 공부하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었지만, 그의 내면 깊은 곳에서는 언제나 다른 삶을 갈망하고 있었다.


프란츠는 법률학교에서 공부하는 동안에도 틈틈이 글을 쓰곤 했다. 법률 사무실에 다니면서도 그는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의 글은 가족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사이의 모순된 감정을 표현하고 있었다.


프란츠의 성장기는 가족과의 갈등과 타협의 연속이었다. 그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법률을 공부하고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의 진정한 열정은 글쓰기에 있었다. 그는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면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프란츠는, 변호사로 성공하기 바라는 아버지 헤르만의 눈을 피해 글을 썼다. 


프란츠는 어릴 적부터 자신이 속한 세계와 그가 꿈꾸는 세계 사이에서 갈등했다. 아버지는 그에게 현실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어머니는 그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 두 세계는 프란츠의 내면에서 끊임없이 충돌했고, 그 충돌은 그의 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프란츠가 변호사로 일하게 된 후, 그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다는 사실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 안도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면서도 자신의 삶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밤마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썼다. 글을 쓰는 순간만이 그에게 있어 진정한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었고, 그를 구원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프란츠의 가족은 부유했고,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 가정의 내부는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아버지의 엄격한 통제와 높은 기대, 어머니의 다정하지만 무력한 사랑 속에서 프란츠는 늘 방황해야 했다. 그는 어머니를 통해 배운 상상력과 자유로운 사고를 잃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아버지의 현실적인 요구는 그를 끊임없이 억눌렀다.


프란츠는 아버지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두려움과 함께였다. 그는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의 기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법률가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글을 통해 그 갈등을 표현했다. 법률 회사에 다니는 동안 그는 소설 '변신'을 발표했다. '변신'은 조용한 반향을 일으키며 대중 속으로 들어갔다. 주인공 그레고르 잠자는 당시의 프란츠 자신이었다. 


어머니 유디트는 프란츠에게 있어 유일한 위안이었다. 그녀는 프란츠가 어려운 상황에 처할 때마다 그를 다독여주었고, 그가 꿈꾸는 것을 지지해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사랑은 아버지의 강압적인 기대 앞에서 항상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프란츠가 아버지와의 갈등에서 겪는 고통을 이해했지만, 남편의 결정을 반대할 용기는 없었다. 유디트는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늘 중재자의 역할을 했고, 프란츠는 어머니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더욱 깊은 외로움을 느꼈다.


그의 글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갈등, 그리고 억압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었다. 그는 법률가로서의 삶을 살면서도 자신의 글을 통해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고 있었다. 프란츠에게 있어 글쓰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그의 존재를 증명하는 일이었다. 그는 현실 속에서 느끼는 억압과 고통을 원고지에 쏟아냈다. 그 글은 그가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것이었다.


프란츠의 가족 이야기는 그의 내면의 갈등과 성장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였다.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아버지의 높은 기대와 어머니의 다정한 사랑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갔다. 그는 현실의 억압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으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많은 고통을 겪었다. 그러나 그 고통 속에서도 그는 자신을 잃지 않았고, 오히려 그 고통을 통해 더욱 강해졌다. 프라하의 어둠 속에서, 그는 여전히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그는 진정한 자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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