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초대
대충 때우는 허기가 아니라
정성껏 자신을 위해 상을 차린다
김 한 장,
된장 한 숟갈,
물 한 컵이
오늘의 식구가 되는 날.
숟가락은
천천히 움직이고
씹는 소리 사이로
고요가 끼어든다.
홀로 앉은 식탁은 외로움의 섬이 아니라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는 이들만 아는
가장 고요하고 찬란한 왕국이다
에세이
복지 현장에서 어르신 댁을 방문하면, 집안의 온도는 대개 식탁에서 먼저 느껴집니다. 식탁 위에 무엇이 놓였는지, 몇 개의 그릇이 있는지, 밥풀이 남아 있는지. 그 작은 풍경이 “오늘을 어떻게 버텼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한 어르신이 쑥스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나 혼자 먹는데 뭘 그렇게 차려.” 밥그릇 하나, 국그릇 하나, 김치 조금. 그게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상을 허술하다고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끝까지 밥을 해 먹는 마음이 보였습니다. 혼자 살다 보면 밥은 자꾸 ‘대충’이 됩니다. 라면으로, 과자로, 물로. 그렇게 대충이 쌓이면 몸도 마음도 금세 무너집니다. 그래서 혼자 차리는 한 끼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나는 아직 나를 돌본다’는 선언이 됩니다.
어르신은 밥을 뜨기 전에 손을 한 번 닦고, 김치를 접시에 옮겨 담았습니다. 누구에게 보여줄 상도 아닌데, 그 작은 정리가 밥상에 품위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자존은 큰 말이 아니라, 이런 사소한 습관에서 피어나는구나. 누가 차려준 밥이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 앉는 자리가 사람을 세운다는 것을요.
한 끼를 끝까지 먹는 일은 “오늘도 살아냈다”는 확인입니다. 어르신들의 밥상은 종종 조용하지만, 그 조용함 속에 단단한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무엇을 드셨어요?”보다 “밥상에 앉으셨어요?”를 더 묻고 싶어집니다. 밥상에 앉는다는 건, 내가 나를 버리지 않는다는 뜻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