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 흙수저
운명의 장난처럼 쥐어진 황금빛 열쇠
비바람조차 비켜가는 견고한 성(城) 안에서
고운 손끝에 물 한 방울 묻힐 일 없이
태어날 때부터 곳간은 넘치도록 가득 차 있네
땀 흘리지 않아도 꿀처럼 달콤한 꿈을 꾸며
근심이란 단어조차 낯설게 살아가는
아, 그 찬란하여 더욱 먼 이름 금수저여.
갈라진 흙바닥, 가난의 뿌리 끝에 돋아나
벼랑 끝 세상, 칼날 같은 삭풍(朔風) 앞에 맨몸으로 선다
눈칫밥을 눈물로 삼키며 목이 메어오고
날마다 닳아 작아지는 어버이의 굽은 등을 보며
천근만근 삶의 무게가 턱밑까지 차올라
가슴 치며 통곡하는 서러운 그림자여
아, 흙먼지 뒤집어쓴 그 이름 흙수저라 부르는가.
이것이 정녕 피할 수 없는 이 시대의 슬픈 타령인가.
허나, 고개 들어 하늘을 보라.
황금이든 흙이든 저 태양은 공평히 비추나니
두 눈엔 같은 별을 담고,
하나의 코로 같은 바람을 쉬며,
하나의 입으로 희로애락을 토해내는 우리네 인생
가슴 깊이 붉게 박동하는 심장은 오직 하나뿐인 것을.
천한 옷을 입었든, 비단 옷을 걸쳤든
누구나 그 핏줄 속에 펄펄 끓어오르는
뜨거운 용암 같은 열망을 품었으니
그것은 생(生)을 향해 타오르는, 결코 꺼지지 않는 불꽃이어라.
그러니 함부로 잣대질하여 비웃지도 말고
부질없이 우러러보며 기죽지도 마라.
어차피 너와 내가 머물다 갈 이 세상 소풍
길어야 백년도 안되는, 잠시 스쳐 지나가는
한 조각 덧없는 구름이자 바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