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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민 Oct 09. 2017

개저씨에 대한 단상

내 나이 39세.
이제 뭔가 매너 없는 행동을 하면 ‘개저씨’라는 소리를 듣기에 딱 좋은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미 된 건가?)
우리나라는 개저씨들로 넘쳐나고 있고, 나라고 예외라는 법은 없다.

솔직히 나도 개저씨가 싫다. 너무 싫다.
회식자리에서 끝없이 독백과 갈굼을 병행하던 상사, 좀 쉬고 싶은데 끊임없이 궁금하지도 않은 자식 자랑을 늘어놓던 택시 기사 아저씨, 아무 재미도 교훈도 없는 얘기를 설교 시간에 호통치듯이 이야기 하던 교회 목사님 등.

솔직히 개저씨의 특징적인 행동과 그 예시 에피소드를 열거하라고 한다면 아주 길게, 많은 사례를 들면서 얘기할수 있지만 그건 이미 아주 많은 논의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진짜 개저씨 들은 어차피 잘 안바뀌기 때문에, 나라도 개저씨가 안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하고 생각해 본다. 왜냐하면 이것은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개저씨가 조직의 팀장이면 팀원이 떠나가고, 회사의 CEO면 직원과 고객들이 떠나가고, 교회의 목사님이면 신도들이 썰물 빠지듯이 떠나간다. 이건 농담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모든 조직이 목도하고 있는 현상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개저씨의 특징은 세가지다.

(1) 젠더 감수성의 부재
(2) 소통과 성찰의 부재
(3) 스타일의 부재

놀랍게도 위의 세가지를 동시에 장착한 사람들을 사회 생활 하면서 많이 만나 봤다.
예를 들어 ‘술자리에서 20분 넘게 성희롱적인 발언과 음담패설을 섞어가며 독백하는 못생긴 아저씨’를 상상하면 된다. 개저씨에 딱 들어 맞는 사람이다.

이 중에 (3)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고, 용서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머리카락 빠지고 배 나오고 옷 센스입게 못입고 이런 거까지 단죄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1)과 (2)는 중요한 얘기다. 그리고 젠더 감수성이란 여성뿐만 아니라 성적 소수자에 대한 배려까지도 포함해야 한다.

(2)의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좀 더 ‘무브먼트’ 같은 게 있어야 한다고 본다. 소통의 부재라는 것은 ‘일방적인 메시징’으로 시작해서 ‘상대방의 불쾌감’을 거쳐 ‘피드백의 부재’로 끝난다. 따라서 주변의 책임도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 주변에서 끊임 없이 리마인드 시켜줘야 한다. “왜 그러세요 개저씨 같이...”,”설마 방금 그거 농담이라고 하셨나요”,”저는 회식을 싫어 합니다” 등.

하지만 역시 직장생활 같은거 하면서 윗사람에게 이런 피드백 주기 쉽지 않다는 걸 안다. 그래서 결국에서는 스스로의 성찰이 중요하다. “난 개저씨가 아닌가?”, ”방금 내가 한 말/행동이 개저씨 같지 않았나?”,”난 아니라고 했지만 그러면서도 살짝 개저씨 처럼 행동하고 말았네?” 등...

내가 실천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는 1) 술은 가급적이면 안마신다 2) 마실 땐 혼자 마시거나 개저씨들끼리(?) 마신다 3) 업무상 꼭 마셔야 한다면 1차로 끝내고 나부터 집에 일찍 간다 4) 상대방의 말을 진심으로 경청한다 5) 짧은 회의 같은 거 할 때도 좀 미리 준비해서 한다 6) 업무관련 단톡방 안만든다 등인데,

이렇게 쓰다보니 결국은 어떻게 하면 꼰대가 되지 않고 늙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귀결이 된다. 이건 성(性)과 시대를 초월해서 존재했던 질문이다. 이걸 문제해결의 과제로 접근하면 정말 한없이 어려워 진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나에게 진짜 멋진 아저씨/어르신/노인”이라고 생각되었던 사람은? 하고 질문을 해본다.

나에게 그런 분들이 몇명 있었다. 데이빗 보위, 백남준, 조용필, 황병기, 이어령, 무라카미 하루키, 비비안 웨스트우드 등등... 나이가 들었지만 젊은이 뺨치게 쿨했던 분들... 이런 분들을 떠올리고 이런 분들을 좀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정부의 셰일가스 개발 허가에 반대해서 캐머런 총리의 집에 탱크를 몰고 간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 멋지지 않은가? (사진 출처: 연합뉴스)


예를 들면, 최근에 업무차 만난 분에게 우연히 조용필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었다. 한 기자가 조용필 아저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가 조용 아저씨의 집에 놀러가게 되었는데, 그때 조용필이 자기 집에서 기자에게 들려준 음악들은 전부 다 국내외 아티스트들의 최신곡이었다고 한다. 결국 끊임 없이 이노베이션 하려고 하는 태도, 끊임 없이 배우려고 하는 태도, 이런게 중요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바운스’ 같은 곡이 좋았던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텐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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