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는 없냐고 묻는 마음

by 권성선
아픈 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
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
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
— 이병률, 《눈사람여관》 중


“아픈 데는 없어요?”

그 물음 앞에서 나는 잠시 말을 고른다.
정확히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겠는 날들이 있었다.
육체는 멀쩡한데, 마음은 늘 어딘가를 짚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과 몸은 한통속이어서,

감정이 오래 눌릴수록 몸이 먼저 반응했다.

없다고 말했다.

익숙한 말이었다.
습관처럼, 의무처럼.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내 안의 침묵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과 말 사이,
그 짧고 조용한 틈 속에서
삶의 조각들이 조용히 아픔을 드러냈다.

말이 끝나자, 조용히 아픔이 올라왔다.

참았던 감정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스스로 사라지지 않았다.
그건 어느 날,
두통으로, 위염으로, 불면으로,
혹은 이유 없는 피로감으로 다시 돌아왔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 몸은 괜찮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의 반복은

결국 무감각이라는 가면을 썼다.

그게 내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바꿔보려한다.
내 마음의 기척에 귀를 기울이기로.
아무도 묻지 않아도
내가 먼저 나에게 안부를 물어보기로.

“아픈 데는 없니, 나 자신아.”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다.
몸이 지치면 마음도 쉬고 싶어 한다.
마음과 몸은,

결국 서로를 의지한 하나의 목소리로 나를 알려준다.

말이 끝난 자리에 감정이 스며들었다.
나는 오늘도
그 조용한 여백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간다.

오늘 누군가에게
“아픈 데는 없어요?”라고 묻고 싶다.
그리고 그 말이 누군가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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